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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효과’…‘톰과 제리’에서 ‘스머프’ ‘포켓몬’까지, K팝과 애니메이션 만남

중앙일보

2025.11.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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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도, 피카츄도, 스머프도 이제 K팝을 부른다. 세대를 초월한 글로벌 애니메이션들이 잇달아 K팝 아이돌을 공식 파트너로 삼으며 ‘만화 속 K팝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도 방탄소년단의 라인프렌즈 ‘BT21’, 뉴진스의 ‘파워퍼프걸’ 협업 등의 시도가 있었지만, 최근의 협업 확산 속도는 빠르고 그 방식도 다양하다.
보이넥스트도어기 부른 '톰과 제리' 탄생 85주년 기념싱글 '세이 치즈!'의 재킷 이미지. 사진 KOZ엔터테인먼트, 일본 워너 브라더스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인기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탄생 85주년을 기념한 싱글 '세이 치즈'를 발표했다. 사진 KOZ엔터테인먼트, 일본 워너 브라더스사진 KOZ엔터테인먼트, 일본 워너 브라더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흐름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 성공을 꼽는다. 케이팝 걸그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지난 6월 공개돼 지금까지도 글로벌 톱10을 유지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사상 최초 3억 누적 시청수를 돌파했다. 작품 속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곡 중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총 8주간 1위를 차지해 ‘그래미 어워즈’ 본상 후보에 올랐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팬덤을 중심으로 한 비지니스 모델”이라며 “팬덤 기반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애니메이션 사업과 닮은 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자정 보이넥스트도어는 인기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탄생 85주년을 기념한 싱글 ‘세이 치즈!(SAY CHEESE!)’를 발표했다. 일본 워너브라더스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이번 곡은 장난기 가득한 캐릭터의 이미지와 K팝 특유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가사는 영어와 일본어지만, K팝 아티스트들이 작곡 및 제작에 참여해 K팝의 정체성을 입혔다. 한국에서도 내년 1월 ‘톰과 제리’ 첫 3D 극장판인 ‘톰과 제리: 황금나침반 대소동’이 개봉하는데, 이 작품 역시 K팝 아이돌 신인 그룹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판이 글로벌 타깃의 아이돌 중심 협업이면, 한국판은 신예 중심 로컬라이징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의 걸그룹 헌트릭스. 사진 넷플릭스

‘포켓몬스터’ 역시 K팝 아티스트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일릿은 지난 4일 TV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메가볼티지’의 엔딩곡 ‘비밀찾기’를 공개했다. 포켓몬코리아와 협업해 포켓몬스터 시리즈 테마곡 제작과 유통을 맡고 있는 KT지니뮤직 최윤선 부장은 “주 타깃은 10대 이하 포켓몬 팬층”이라며 “아일릿은 이 연령대에서 이미 충분한 인지도와 친근한 이미지가 있어 선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팝 아티스트가 애니메이션 OST를 부르고, 세계관을 교차한 캐릭터를 함께 출시하는 등의 협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켓몬스터'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한 걸그룹 아일릿. 사진 빌리프랩, 포켓몬스터코리아, 지니뮤직

일본 TV도쿄 계열 6개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베이블레이드 X 시즌3’에서의 K팝 존재감도 두드러진다. 아이들은 지난달 24일 방영된 101화 오프닝 테마곡 ‘인빈시블(Invincible)’을 불렀다. 25주년을 맞은 장수 시리즈에 걸그룹이 오프닝을 맡으면서 신선함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오프닝곡 ‘라이즈(Rise)’로 같은 시리즈에 참여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곡인 만큼 애니메이션과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K팝과 캐릭터 IP의 결합은 장르와 대상의 경계를 허물며 확장 중이다. 이달 중 세븐틴은 글로벌 인기 캐릭터 스머프와 협업 프로젝트를 연달아 공개한다. 스머프 버전의 ‘음악의 신’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되고, 이후 세븐틴 멤버 각각의 개성을 담은 스머프 캐릭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푸른 피부·마법 능력 등 원형 캐릭터의 특성에 세븐틴 멤버 콘셉트를 입힌 협업 굿즈도 출시된다.
아이들은 25주년을 맞은 애니메이션 '베이블레이드' 시리즈의 테마송을 불렀다.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워너 뮤직 재팬
스머프와 세븐틴의 협업 콘텐트는 11월 중 공개된다. 사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Peyo Company

국내 애니메이션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아이브 리즈는 K팝 아티스트 최초로 TV 시리즈 ‘프린세스 캐치! 티니핑’의 메인곡을 불렀다. 지난달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는 리즈의 청량한 보컬과 함께, 주인공 로미와 프린세스티니핑이 사라진 레전드티니핑을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표현했다. ‘티니핑’ 측은 이른바 ‘에스파핑’이라 불리는 에스파와의 협업 굿즈 상품을 내놓아 11월부터 판매 중이다. 티니핑 제작사 SAMG엔터테인먼트는 “K팝 아이돌과의 협업으로 캐릭터 팬덤이 MZ세대는 물론 K팝·K콘텐트 팬층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에 대해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셀레브리티 IP를 캐릭터화함으로써 실제 사람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 세계관 확장이 가능해졌다”며 “MD 기획과 글로벌 진출에도 유리해, 인기 애니메이션과의 협업 및 아티스트의 캐릭터화는 K팝 IP가 슈퍼 IP로 성장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브(IVE) 리즈가 애니메이션 '프린세스 캐치! 티니핑'과 만났다.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SAMG엔터테인먼트
‘에스파x티니핑’ 굿즈.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AMG엔터테인먼트



황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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