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36·은퇴)의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 기록이 12년 만에 깨졌다.
펨케 콕(25·네덜란드)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5~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09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상화가 2013년 11월 17일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3~14 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작성한 기존 세계 기록(36초36)을 무려 0.27초 앞당겼다. 이상화의 기록을 같은 장소에서, 단 하루의 오차 없이 정확히 12년 만에 깬 셈이다.
이상화의 500m 기록은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정식 종목 세계 기록 중 가장 오랜 기간 존속했다. 빙속 올림픽 종목은 남녀 500m, 1,000m, 1,500m, 5,000m, 팀 추월, 매스스타트, 여자 3,000m, 남자 10,000m 14개로 이중 남녀 매스스타트는 포인트로 순위를 결정한다.
이중 여자 1,000m(2019년 미국 브리트니 보의 1분11초61), 1500m(2019년 일본 다카기 미호의 1분49초83), 3000m(2019년 체코 마르니타 사블리코바의 3분52초02), 5000m(2020년 러시아 나탈리야 보로니나의 6분39초02), 팀 추월(2020년 일본의 2분50초76) 세계 기록은 모두 2019년 이후에 나왔다.
남자부 종목을 포함해도 가장 오래됐다. 남자 올림픽 종목 중 가장 오래된 세계기록은 2017년 테트 얀 블루먼(캐나다)이 세운 남자 5000m 기록(6분1초86)이다.
그동안 세계 빙속은 주법과 훈련법, 기술, 장비의 진보를 이뤄내며 수많은 세계 기록을 생산해냈지만, 이상화의 기록만큼은 오랜 세월 깨지지 않았다.
콕은 네덜란드 매체 NRC와 인터뷰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이상화의 레이스를 수백번 돌려봤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질주할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다”며 “이상화의 기록에 가까워지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룬 게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은 빙속 기록의 산실로 유명하다.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공기 저항이 덜하고 특유의 건조한 날씨와 완벽한 빙질 관리로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진다.
한편, 한국 김준호(30·강원도청)와 이나현(20·한국체대)이 이 대회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따냈다. 김준호는 대회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3초78을 기록, 예닝 더 부(네덜란드·33초63)와 예브게니 코쉬킨(카자흐스탄·33초67)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김준호는 2019년 3월 차민규가 작성한 종전 한국 기록(34초03)을 0.25초 앞당기며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김준호는 첫 100m 구간을 9초49로 주파하며 전체 2위로 통과했지만, 뒷심이 부족해 1위에 0.15초 차 뒤진 3위에 올랐다.
이나현은 이날 여자 500m 2차 레이스 37초03을 기록, 펨케 콕(36초09)과 에린 잭슨(미국·36초57)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과 함께 월드컵 개인종목 첫 메달을 따냈다. 이나현은 첫 100m 구간을 10초44에 주파하며 전체 10위에 머물렀지만, 스피드를 끌어올려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괴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