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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한일 공동훈련도 멈췄다…日 '급유 중단'이 부른 파열음

중앙일보

2025.11.16 23:07 2025.11.1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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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방위 협력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국 공군의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독도 비행을 이유로 일본이 중간 급유 지원을 중단하자, 이번엔 한국 해군이 이달 예정됐던 해상자위대와의 공동 수색·구조 훈련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독도 문제를 계기로 한·일 방위협력 사업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 흐름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7년 제주도 동북방 해상에서 실시된 한일 해군 공동 수색 및 구조훈련에 참가한 광개토대왕함(左)과 일본 해상자위대 우미기리함(右)이 가상조난 선박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중앙포토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해군과 해상자위대간의 공동훈련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총 10차례 진행된 바 있지만, 초계기 레이더 조사 갈등을 계기로 중단됐다. 2018년 12월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근접 위험 비행을 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일 군사 교류도 멈췄다.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양국 군사 협력 분위기가 마련된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과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방위상이 레이더 조사 재발 방지 합의를 하면서 군사 교류 움직임도 재개됐다. 8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었던 한일 공동 훈련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달 말의 일이다.

당초 한·일 양국은 처음으로 자위대 기지에서 블랙이글스의 중간 급유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 10월 하순경 독도 상공을 통과한 한국 공군기를 분석한 결과 블랙이글스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으면서 급유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전시 중인 KF-21 위로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단 결정 시점 역시 미묘했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 간의 첫 대면 회담 직전, 급유 지원 중단 통보가 전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급유를 지원하라는 의견을 냈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보수층을 고려해 중단해야 한다고 강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대면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정상의 리더십으로 현안을 잘 관리하자”고 한 것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실제로 방위성의 한 간부는 블랙이글스 급유 지원 중단과 관련해 아사히신문에 “중지하지 않으면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한국 영토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독도 상공 비행을 이유로 한 일본 측 결정에 한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당장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위대 음악 축제에 군악대 참가를 취소하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지난 14일 “협력·교류를 계속하고 싶다”면서 양국 사이에 거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사 협력 재개 결정을 내린 당사자이기도 했던 기하라 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이 엄중해지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일·한, 일·미·한의 연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독도 문제로 불거진 교류 중단을 외교 갈등으로 키우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번 훈련 중단에 대해 한 방위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공동 훈련 실시 시기를 재조정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간부 역시 “냉각 기간을 두면서 의사 소통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하지만 최근 반복해서 독도 문제가 한·일 양국의 갈등 요인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일본 측은 지난 14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영토주권전시관을 추가 확장하면서 외교부의 반발을 샀다. 외교부는 이재웅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며 폐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마쓰오 히로타카(松尾裕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윤덕민 전 주일 한국대사는 “다카이치 총리는 급유해야 한다고 했지만 주변에서 만류하면서 정권 초기에 그런(중단) 결정이 난 사항”이라며 “전략적 한·일 관계 중요성에 (양국 문제를) 비춰보면서 양쪽이 지혜를 내 좋은 흐름의 모멘텀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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