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미국과의 투자 양해각서(MOU)의 국회 비준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국회 비준을 거칠 경우 한국만 의무에 묶이는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구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OU 25조를 보면 행정적 합의로서 조문 자체에 구속력이 없다"며 "이를 비준하게 되면 한국만 구속되는 구조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비준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어떤 의무도 지지 않는데 한국만 의무를 지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특히 "자동차 관세가 소급적용되면 11월 1일부터 즉시 낮아질 수 있는데, 비준 절차가 길어지면 그만큼 우리만 손해"라고 말했다. 또한 "연간 200억달러 한도도 외환시장 영향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며 "해당 MOU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적용될 가능성이 큰데 비준 시 그 이후에도 지속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재정 부담이 있는 협정은 비준을 받는 것이 원칙 아니냐"고 질의하자 구 부총리는 "세금 사용의 엄중함을 알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 나은 협상을 하지 못한 점은 송구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구 부총리는 "우리가 2000억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선을 제외하더라도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투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기업이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내면 달러가 다시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