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양(하이엔드) 차량 디스플레이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최신 기술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1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오는 21~30일 미국 LA서 열리는 북미 최대 규모 자동차 전시회 ‘2025 LA오토쇼’에서 글로벌 하이엔드 자동차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일 전망이다. 두 기업은 단독 부스를 차리지 않지만 완성차 업체 부스에 전시된 차량을 통해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과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고급 차들은 디스플레이의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계는 맞춤형 패널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평소에는 없는 것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샤이(shy)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독일 뮌헨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 ‘IAA 모빌리티 2025’에서 부스를 마련해 최신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조수석 전면에 14.5형과 13.8형 두 제품을 일체화한, 34형 대화면의 디지털콕핏 데모. 차 안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며 점점 더 큰 화면을 선호하는 완성차 제조사들의 수요에 맞춘 제품이다.
샤이테크도 곳곳에 적용했다. 조수석 전면 디스플레이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 출원한 플렉스 매직 픽셀이 적용돼 옆 사람에게는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조수석에서 영상을 시청할 때도 주행 방해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석 앞 10.25형 화면은 주행시에는 계기판 역할을 하다 정차시에는 대시보드 아래로 숨겨지도록 설계했다. 계기판에 달린 운전자 모니터링 카메라도 외부에 돌출되지 않게 디스플레이 내부에 숨겼다. 자율주행모드에서는 디스플레이가 구부러져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잘 보일 수 있고 정차했을 때는 펴지는 벤더블(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도 적용됐다.
LG디스플레이는 모텨쇼와 학회 등 다양한 행사에서 최신 기술을 속속 선보여왔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사용자가 탑승하면 터치로 조작되는 스마트 서페이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대표적이다. 특수 제작한 고투과율 필름을 적용해 브랜드별 디자인에 맞는 인테리어에 활용할 수 있다.
늘어나는(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차량용 12인치 조그 다이얼도 최초로 개발했다. 화면이 최대 50% 이상 늘어나면서도 일반 모니터 수준의 고행상도100ppi(인치당 픽셀 수)와 적녹청(RGB) 색상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페시아 영역에 디스플레이와 버튼이 각각 필요했지만,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할땐 화면이 자유자재로 늘어날 수 있어 화면부터 버튼까지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화면에 손을 대면 평평했던 화면이 늘어나며 터치형 버튼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운전 중 조작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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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중국 따돌려야
옴디아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 출하량은 1억 2096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5.1% 증가할 전망이다. 성장 시장인 만큼 후발 주자 중국 역시 이 분야에서도 맹추격 중이다.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삼성 디스플레이가 69.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LG디스플레이가 2위(15.5%), BOE가 3위로 (11.9%)로 추격 중이다. 하지만 출하량 기준으로는 BOE가 12.5%로 LG디스플레이보다 3.1%포인트 앞서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차량 디스플레이는 안전과 직결되기에 신뢰성과 품질이 중시되는 영역”이라며 “중국이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한국이 OLED 선도 기술 가지고 있는 만큼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해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