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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개미’ 어쩌나, 한 달 만에 올해 상승분 날린 비트코인

중앙일보

2025.11.17 00:20 2025.11.1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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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이 최근 급락하며 올해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 약 한달여 만이다.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데다, 최근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매도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오후 2시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1개 가격은 9만5018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9% 내렸다. 이날 오전 한때 9만2000달러 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는 24시간 전보다 1~2% 정도 하락한 1억40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12만6000 달러)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올해 초부터 쌓아온 30%가량의 상승분이 사라진 셈이다.
17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하락의 배경에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자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고용ㆍ물가 등 핵심 지표들의 집계가 미뤄졌다. 이런 ‘깜깜이 지표’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긴축 신호)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식어가고 있다. 시카코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다음 달 금리 동결 가능성(54.2%)과 인하 가능성(45.8%)을 각각 반반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뉴욕 증시에선 최근 고공행진하던 기술주의 약세까지 더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에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암호화폐 공포ㆍ탐욕 지수는 이날 17점(100점 만점, 낮을수록 공포)으로 ‘극심한 공포’ 수준이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매튜 호건은 “지금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험을 피하려는 분위기”라며 “암호화폐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자산으로, 가장 먼저 움츠러들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을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던 자산운용사ㆍ기업 등 ‘큰손’ 투자자도 조용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250억 달러 이상 유입되며 비트코인 랠리를 뒷받침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최근 한 달 사이 약 28억 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데이터 제공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장기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약 81만5000개 비트코인을 매도했는데, 이는 2024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암호화폐 전문가 알리 마르티네즈는 X(구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11만 달러대를 회복하지 못하면 6만 달러 아래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시장에 새로 진입한 투자자의 평균 매입 단가 아래에서 장기간 머무를 경우, 손절ㆍ청산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려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금’으로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할 거란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워낙 변동성이 커서다. 듀크대 캠벨 하비 교수는 최근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위기 상황에서 방어력이 약한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위험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높고, 기술적 취약성도 존재한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는 활용될 수 있지만, 안전자산인 금과 같은 ‘위기 회피 수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하다. JP모건은 9만4000달러에서 바닥을 찍고, 향후 1년 내 17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을 걸로 전망했다. 대표적 강세론자인 아크(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는 “결제수단 역할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서, 비트코인은 점점 가치 저장 수단(‘디지털 금’)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제도권 편입 추세가 이어지며 ‘탈화폐 테마(debasement trade)’의 대표 종목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극심한 변동성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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