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넥스페리아 칩 부족 사태까지
"GM·테슬라 이어…유럽도 중국산 부품 배제 움직임"
중국 의존도 높아…시간 걸릴 듯
'공급망 탈중국' 액셀 밟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미중 갈등에 넥스페리아 칩 부족 사태까지
"GM·테슬라 이어…유럽도 중국산 부품 배제 움직임"
중국 의존도 높아…시간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온 자동차 업계는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중국의 희토류 통제, 넥스페리아 칩 부족 사태 등 중국에 의존해온 공급망이 잇따라 취약성을 드러내자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희토류 등 원자재와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을 뺀' 공급망 재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업체 중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미국 내 공장 등에서 중국산 부품 배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GM이 수천개에 달하는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부품을 공급망에서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이달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일부 공급업체에는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시한으로 2027년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GM이 겨냥한 것은 북미에서 조립되는 차에 들어가는 부품과 원자재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분기 실적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몇 년째 공급망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해 작업해왔다"며 가능하면 차량을 조립하는 국가에서 부품도 조달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4일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도 미국 내 공장에 부품을 대는 주요 공급업체에 중국산을 완전히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산 부품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테슬라의 결정은 올해 초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부 중국산 부품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교체했으며 1~2년 내 나머지 모든 부품을 중국 외 지역에서 만든 부품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은 뒤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해왔다. 특히 올해 초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산 부품 배제 전략에 속도를 냈다고 한다.
WSJ은 테슬라의 이런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깊어지는 지정학적 긴장의 여파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유럽 자동차 업계 역시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몇몇 자동차 업체들은 주요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영구적 대체재'를 찾도록 압박하고 있다.
유럽자동차부품업체협회(CLEPA)의 마티아스 징크 회장은 업계가 지정학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공급망에 대한 광범위한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느냐와 같은 질문들이 나오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발 칩 공급 차질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중국 스마트폰 조립업체 윙테크에 인수된 넥스페리아는 자동차 부품 등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넥스페리아 사태는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 9월 말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넥스페리아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불거졌다. 중국은 자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넥스페리아 제품 수출을 통제하며 맞대응했고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칩 부족 사태를 맞았다.
중국 당국이 최근 넥스페리아 칩 수출 통제를 완화하면서 일부 칩 출하가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디스의 글로벌 공급망 총괄 사프나 암라니는 이번 사태는 조달 책임자들에겐 일시적 차질을 넘어선 문제라면서 "지정학적 결정이 조달 경제학을 순식간에 뒤바꿔놓을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돼온 공급망을 단기간에 재편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앞서 미 자동차장비제조협회(MEMA)의 콜린 쇼 회장은 "어떤 공급망은 20년, 30년에 걸쳐 구축됐는데 우린 이를 몇 년 만에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탈중국이) 그렇게 빨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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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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