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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신장이식 등 30년 이상 사는 이식환자 80명 모였다

중앙일보

2025.11.1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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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장기이식 후 30년 이상 생존한 환자 초청 행사를 열었다. 정해미 장기이식센터 수간호사, 민상일 장기이식센터장, 정은희 간호본부장, 김상준 명예교수, 김창호 이식환자, 양귀순 기증자, 서경석 명예교수, 하종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이광웅 간담췌외과 교수(왼쪽부터)가 케익을 자르고 있다. [사진 서울대병원]
"오늘이 가장 예쁜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14일 서울대병원 제일제당홀에 이 병원에서 장기 이식을 받고 30년 안팎 생존하고 있는 환자 110명과 기증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탁혜숙(74)씨가 이식 환자를 대표해 이렇게 말했다. 탁씨는 1993년 신장을 이식받은 후 재이식을 받았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함께 한 30년, 다시 쓰는 생명의 이야기’이다. 80명은 이식한 지 30년이 넘었고, 30명은 30년이 덜 지났다.

탁씨는 "신장이식에다 심장·백내장·무릎관절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받아드리기 힘든 이 병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이게 거부할 수 없는 미션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병에만 너무 찌들어 있지 말고, 자신이 숨을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보길 강력히 권장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1969년 신장 이식을 시작했다. 이어 88년 간, 94년 심장, 96년 폐 이식을 개시했다. 올해 국내 최초로 로봇을 활용한 폐 이식에 성공했고, 아시아 최초로 단일공(몸에 뚫는 구멍이 한 개) 로봇 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그동안 신장 이식 4000건, 간 2980건, 심장 278건, 폐 224건, 췌장 72건을 시행했다. 민상일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이식한 지 30년 넘은 환자들을 보고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본인이 잘 관리하는 게 장기 생존 요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이식받고 30년 넘게 생존하고 있는 환자는 112명이다. 이들을 조사했더니 면역억제제를 잘 복용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상의 기쁨을 잊지 않는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환자 중 이식 기간이 가장 긴 환자는 양점숙(76·시조시인)씨다. 1981년 32세에 임신 중독 때문에 신장이 망가졌고, 12살 아래 동생 양귀순씨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당시만 해도 혈액형이 같아야 이식할 수 있었는데, 양씨의 동생 6명 중 귀순씨가 맞았다. 동생이 큰 언니에게 선뜻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 양씨 자매가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양점숙씨는 44년 전 이식 받기 전 삶을 정리하려 했다. 옷·신발 등을 나눠줬다. 딱 하나 걸렸다고 한다. 아이였다. 아이를 생각하니 망설여졌다. 동생의 신장 기증을 받을까 말까 무척 고민했다. 이식 수술 후 양씨와 동생 귀순씨 둘 다 신장에 탈이 난 적이 없다.

양씨는 "요즘도 이식하면 5년을 못 넘긴다는 말에 현혹되는 사람이 있는데, 잘 관리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헌신적으로 보살펴 준 데 대해 항상 감사하게 여긴다고 한다.

민상일 센터장은 "투석하면 10년 후 50~60%가 살지만 신장 이식하면 90% 넘게 산다. 다만 이식한 후 면역억제제 때문에 암·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올라갈 수 있다"며 "이식 후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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