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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IT·조선마저…韓 ‘수출효자’, 5년 뒤 中에 추월당한다

중앙일보

2025.11.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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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중국 우한의 YMTC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K-반도체’는 언제까지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을까. 중국 ‘레드 메모리’ 3사로 불리는 SMIC(中芯國際)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두 회사를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어서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로 ‘중국의 TSMC’로 불리는 SMIC는 미국의 제재에도 화웨이와 협업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MIC는 올해 3분기(7~9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8%)를 바짝 뒤쫓았다.

중국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대표하는 YMTC는 올해 상반기부터 270단 수준의 3D 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321단), 삼성전자(286단)와 기술 격차를 좁힌 것은 물론, 내년 하반기 300단을 건너뛰고 400단 낸드로 직행할 전망이다. 내년초를 목표로 상장도 준비 중이다.

D램 반도체는 CXMT가 전 세대 D램(DDR4)을 경쟁사 대비 약 5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최근엔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체제’를 무너뜨리는 건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기업 스스로 5년 이내에 레드 메모리가 K-메모리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현재 경쟁력 우위에 선 조선·정보기술(IT)·석유화학·바이오 등 ‘수출 효자’ 10대 업종이 5년 뒤 모두 역전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0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30년을 기점으로 모든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뒤질 것으로 전망됐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대상 업종은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전기전자·자동차(부품)·일반기계·선박·2차전지·석유화학(석유제품)·바이오헬스 등 10개다.

신재민 기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은 102.2다. 미국(107.2)보다 낮지만, 일본(93.5)보다 높다. 응답 기업들은 5년 뒤엔 중국 기업 경쟁력이 112.3까지 오른다고 예측했다. 미국(112.9)과 비슷한 수준이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국내 기업 경쟁력은 이미 미국·중국에 뒤처졌는데 5년 뒤에는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한국(경쟁력 100)은 10대 주력업종 중 반도체(이하 중국 99.3), 전기전자(99.0), 선박(96.7), 석유화학(96.5), 바이오헬스(89.2) 등 5개 업종에서 중국을 앞섰다. 하지만 2030년에는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107.1로 치솟고, 전기전자(113.0), 선박(106.7), 석유화학(106.2), 바이오헬스(100.4) 등 모든 업종에서 중국이 한국을 제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미국의 구애를 받는 조선업체 위상도 흔들린다는 의미다. 중국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은 지난 9월 합병을 완료했다. 새로 태어난 회사는 자산 규모(약 82조원), 연간 영업이익(약 20조원)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미국의 추격’도 고민거리다. 현재도 미국이 경쟁력에서 뒤진 분야는 철강(98.8), 선박(90.8), 2차전지(89.5) 등 3개 업종에 불과하다. 2030년에는 미국의 철강 경쟁력이 100.8로 올라 한국 우위 업종은 선박·2차전지 2개로 줄어든다. 류성원 팀장은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6대 요소는 가격·생산성·정부 지원·전문인력·핵심기술·상품 브랜드”라며 ”2030년이면 중국은 6대 요소 전부, 미국은 생산성을 뺀 5개 요소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의 거센 위협 속에서 ‘생존’을 목표로 하는 수준의 국가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며 “투자, 규제, 연구개발(R&D) 등 모든 측면에서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위주로 재편하고 고급·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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