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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유일 대책"vs"실효성 없다"…지역의사제 두고 찬반 격돌

중앙일보

2025.11.17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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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의료를 살리는 필수 대책이냐, 실효성 없는 고육지책이냐.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를 두고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서 찬반양론이 맞섰다. 의료계가 추가 보상 등을 내세워 반대하지만, 정부는 이르면 2027학년도 대입부터 지역의사제를 도입한다는 목표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고, 학비·생활비 등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최대 10년간 특정 지역·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는 제도다. 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고질적인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한다는 목적이다. 현재 여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 4개와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정부안엔 의무복무 규정을 어기면 면허 정지를 거쳐 취소까지 가능하단 내용이 들어갔다.



이르면 27학년도 입시 도입…"공익이 압도적으로 커"

이날 공청회엔 의사·환자단체 관계자, 법학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지역의사제가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럿 제시됐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일본·미국·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그나마 검증된, 나름대로 효과를 내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 지역의사제가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료가 많이 축적됐다"며 "(연구 결과) 지역 출신이거나 고향이 농어촌인 의대생은 장기적으로 지역에서 진료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사제는 현시점에서 의료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과잉 제재 등 위헌 논란에 대한 반박도 있었다.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이 추구하는 공익의 무게가 제한되는 사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의무복무 불이행) 제재가 학비 반환 등에 그친다면, 이탈할 요인이 매우 크기 때문에 (면허취소가 없으면) 법률안의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면서 "군법무관이 10년 복무해야 변호사 자격이 부여되는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합헌 판결을 내린 적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외과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보건복지위원회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의료계 "전공의 수련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

반면 의료계 인사들은 대부분 지역의사제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거라고 주장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외과 교수(대한의사협회 대변인)는 "지역의사제로 양성된 의사들이 어떤 기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고 일반의로 10년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심장·뇌 수술 등 고난도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는 "그냥 지역에서 10년 근무하면 되고 조건을 어기면 법적 불이익을 준다는 구조로는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기 어렵다"며 "세제 혜택, 가족 지원, 해외연수 등 다양한 보상이 보장돼야만 징계가 아니라 기회라는 인식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많은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는 "의무복무 불이행 이유만으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조항은 너무 과도하다. 강제로 (지역에) 묶어두다 보면 태업 등의 문제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지역의사제 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역의사제와 관련해선 상당 부분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의료계와 협의해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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