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이 다시 만난 '옛 제자' 손흥민(33, LAFC)에게 축하와 사과를 동시에 전했다. 전성기 시절 손흥민을 만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11월 A매치 두 번째 친선경기에서 '아프리카 강호' 가나와 맞붙는다.
2025년의 끝을 장식할 경기다. 내달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평가전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은 가나전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월드컵 포트 2가 확정된 상태다.
이제 홍명보호는 처음으로 A매치 2연전을 연승으로 장식하려 한다. 지난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선 볼리비아를 상대로 전반에 고전했지만, 후반전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선제골과 조규성(미트윌란)의 복귀포로 2-0 승리를 거뒀다.
만약 홍명보호가 가나까지 꺾는다면 A매치 3연승을 달리게 된다. 한국은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에 0-5로 대패했지만, 직후 파라과이를 2-0으로 잡아내며 충격을 씻어냈다. 여기에 볼리비아와 가나까지 차례로 물리친다면 좋은 흐름으로 '월드컵의 해'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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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예선을 뚫고 북중미행에 성공한 가나는 FIFA 랭킹 73위다. 22위 한국보다는 51계단 낮다. 게다가 토트넘의 새로운 에이스 모하메드 쿠두스를 비롯해 중원의 핵심 토마스 파티(비야레알), 베테랑 공격수 조던 아이유(레스터 시티) 등이 부상으로 이번 아시아 원정에 동행하지 못했다.
일본전에서도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가나는 지난 14일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일본에 0-2로 완패했다. 미나미노 다쿠미(AS 모나코)와 도안 리츠(프랑크푸르트)에게 연속 실점하며 고개를 떨궜다.
일본전을 마친 뒤 앙투완 세메뇨(본머스)와 무함마드 살리수(모나코), 아부 프란시스(툴루즈)가 소집 해제됐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세메뇨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골망을 흔들었던 수비수 살리수는 부상으로 소속팀에 조기 복귀했고, 프란시스는 일본전에서 다리가 부러져 수술대에 올랐다.
사실상 '차·포'를 다 뗀 채 한국과 만나는 가나지만, 방심하긴 어렵다. 한국은 가나와 통산 전적에서 3승 4패로 뒤진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2-3으로 패했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팀의 스피드와 피지컬에 고전해 오고 있다. 아프리카 상대 월드컵 본선 성적도 1승 1무 2패 열세다.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17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는 아도 감독과 술레마나가 함께 참석했다. 아도 감독은 "따뜻한 환영에 감사드린다. 준비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자 이슈도 있어서 선수를 대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장점도 잘 인지하고 있다. 수비에는 4번 김민재가 단단히 지키고 있고, 전방에는 이강인과 손흥민, 이재성처럼 뛰어난 선수가 있다. 볼리비아전도 잘했다"라며 "좋은 경기가 될 거라 예상한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카타르 월드컵 때다. 그때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매우 차이가 적었다. 내일은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거다. 대등한 경기가 될 것 같다.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술레마나는 "내일 경기가 기대된다. 한국이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잘 인지하고 있다. 3년 전에 월드컵에서 맞대결을 펼쳤지만, 이번엔 또 다른 팀이다. 좋은 경기가 되겠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술레마나는 오른발을 잘 쓰는 윙어다. FC 노르셸란(덴마크)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스타드 렌(프랑스), 사우스햄튼(잉글랜드)을 거쳐 이번 시즌부터 세리에 A의 아탈란타 7번으로 활약 중이다. 주로 왼쪽 측면에 배치되며 과감한 드리블과 빠른 스피드, 뒷공간 침투가 강점인 자원으로 한국의 우측 수비를 책임지는 김문환(대전)과 설영우(즈베즈다)가 잘 막아야 할 선수다.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일본전에서 강한 압박에 고전했던 가나다. 아도 감독은 "일본의 압박이 굉장히 강했고, 우리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를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 한국도 일본처럼 압박이 강할 거라 생각한다. 빌드업 시 공을 뺏기곤 했는데 그 부분에 더 주의해야 한다.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 한국전에서도 배워가는 게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국의 강점으로는 공수 전환과 세트피스를 꼽았다. 아도 감독은 "한국은 공수 전환이 매우 빠르다. 잘 대비하고 들어가야 한다. 공을 뺏겼을 때 수비가 정돈돼 있어야 한다"라며 "두 번째는 세트피스다. 박스 근처에서 세트피스가 매우 강하다. 손흥민처럼 좋은 선수들이 있다. 주의해야 하고, 배워갈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도 많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배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아도 감독은 과거 함부르크 유스팀에서 손흥민과 스승과 제자로 연을 맺기도 했다. 그는 "손흥민을 다시 보게 돼 기쁘다. 그는 정말 좋은 선수다. 그 당시에 나도 손흥민 덕분에 많이 이겼다. 그 덕분에 기뻤다. 그때 손흥민은 영어를 잘하지 못했고, 나도 한국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차두리 코치에게 전화로 도움을 받아 소통했다"라며 되돌아봤다.
또한 아도 감독은 "차두리를 통해 팀에서 어떤 역할을 원하고,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지 얘기했다. 그러다 보니 미안함도 있다. 전술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전 시간을 많이 주진 못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유스팀을 넘어 1군 무대에서도 커리어를 잘 쌓아나갔다. 늦었지만, 축하를 전하고 싶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그는 "손흥민은 발밑도 좋고, 양발을 잘 쓰고, 침투와 스프린트도 뛰어나고, 슈팅도 뛰어나다. 손흥민을 배제하고 경기를 구상하는 건 매우 어렵다. 우리 선수들이 손흥민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인지하고, 어떻게 막을지 많이 준비해야 한다. 수비들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 수비수들에게도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며 "손흥민이 24~25살이 아니라 다행이다. 어쨌든 그는 더 나이가 들었고, 그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