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 어스름한 여명이 드리운 새벽 6시 30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최병복 경기팀장이 대회장에 도착했다. KPGA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을 앞두고 날씨와 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기위원회는 첫 티타임 시작 30분 전까지 그린 스피드, 경도, 습도를 체크해 선수들에게 알린다. 핀 위치와 티잉그라운드는 미리 정해놨지만 당일 아침 풍속 등 날씨 예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최 팀장은 “참가자가 100명이 넘는 대규모 대회에선 새벽 2시 5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4시부터 나와 일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연습 그린 두 개를 포함해 총 8개의 그린 상태를 측정했다.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로 잰다. 기대치보다 느리면 골프장 경기팀에 연락해 롤러로 더 눌러달라고 하고, 너무 빠르면 물을 뿌려달라고 요청한다. 습도와 경도도 꼼꼼히 측정한다.
최 팀장은 페어웨이 티샷 랜딩 구역에서 힘껏 볼을 땅에 던졌다. 공에 흙이 많이 묻으면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한다.
코스 셋업의 핵심은 그린의 핀 위치다. 대회가 어떤 스타일이 될지는 핀 위치가 결정한다. 대회 시작 전 경기위원들은 답사를 통해 1~4라운드 그린 위치를 미리 정해둔다.
이날 새벽 핀 위치를 점검한 이상선 위원은 “경기 성격, 참가 선수 수, 날씨, 코스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메이저 대회는 핀 포지션이 더 어렵다. 투어 챔피언십은 시즌 최종전까지 진출한 선수들의 축제 형식이어서 상대적으로 쉬운 곳에 꽂는다.
이 위원은 “일반적으로 컷 통과가 결정된 후 선수들은 마음이 편해져 공격적으로 경기하는 경향이 있다. 3라운드에 어려운 홀과 쉬운 홀을 적절히 배치해 실력 있는 선수의 순위가 올라가게 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4라운드 16~18번 홀은 이글도 나오고 더블보기도 나오는 드라마가 생기도록 세팅한다”고 덧붙였다.
홀 위치는 왼쪽, 오른쪽, 중앙, 앞, 뒤로 비교적 균등하게 분배한다. 장타를 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페이드를 치는 선수와 드로를 치는 선수 사이에 유·불리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린 공략 아이언샷의 난도와 홀이 위치한 그린 영역으로의 퍼팅 난도를 모두 고려해 쉬운 홀, 보통 홀, 어려운 홀의 균형을 맞춘다. 그린 가장자리에서 최소 5야드 이상 떨어뜨려 배치하고 경사지도 피한다.
주말 골퍼들이 라운드 중 (어려운) 경사지에 핀이 꽂힌 경우 “그린 키퍼가 부부싸움을 한 모양”이라는 농담을 한다. 이 위원은 “그린에는 핀 꽂을 곳이 많지 않다. 그린이 상했거나 좋은 곳을 남겨둬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경사지에 꽂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날 핀 꽂을 자리도 미리 확인한다. 대회 전 정한 핀 위치를 찾은 후 경사 측정기인 브레이크 마스터를 홀 주위에 돌려보며 경사도 2.0 이내인 것을 확인하고 경사도가 가장 낮은 지점에 점을 찍어 놓는다. 주위가 홀컵 자국 등으로 지저분하거나 훼손됐으면 옮긴다.
티잉구역 광고판 근처에는 빨간 점을 찍는다. 여기서부터 그린 엣지에 있는 또 다른 빨간 점까지 거리가 공식 전장이다. 파3는 직선거리이고, 휘어진 파4나 파5는 중간에 IP 지점을 경유한 거리가 전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