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이병훈의 마켓 나우] GPU 26만 장,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중앙일보

2025.11.17 07:14 2025.11.17 12: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엔비디아가 한국에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국내에 구축된 GPU의 약 다섯 배에 달하는 규모다. 세계 각국이 AI 인프라 확보를 새로운 전략적 경쟁 수단으로 삼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한국의 기술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장비들을 실제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활용 방안이다. 다음 네 가지가 승리 전략의 핵심이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전력 인프라다. 최신 AI 서버는 과거의 범용 서버보다 전력 소모가 훨씬 크다. 26만 장의 GPU로 구성되는 인공지능 서버 인프라를 운영하려면 400~500MW(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냉각·전력변환·UPS(무정전 전원 장치)·보안·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부하를 더하면 전체 전력 수요는 800~1000MW, 즉 원전 한 기 수준까지 늘어난다. GPU가 여러 지역에 분산 설치될 경우 송전 부담과 지역 간 전력 불균형도 심화될 수 있다. 이미 반도체 공장조차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력 확보 전략이 절실하다.

두 번째 과제는 GPU의 효율적 사용이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딥시크는 모델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효율적 연산 방식인 MoE(혼합전문가모델)를 적용해 비교적 적은 GPU로도 LLM(대형언어모델)을 구현했다고 알려져 있다. 제한된 자원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적 접근을 끌어낸 사례다. 한국이 확보한 26만 장의 GPU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비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한 장을 열 장처럼, 열 장을 백 장처럼 쓰는 소프트웨어·시스템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고급 AI 인재 확보를 위한 지원 정책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람직한 변화다.

세 번째는 GPU 이후 기술을 준비하는 일이다. GPU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NPU(신경망처리장치)와 같은 고효율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GPU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K-NPU(한국형 신경망처리장치) 개발도 가속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인프라 전반에서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GPU,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 전력 소자 등 모든 단계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AI 인프라 확장 속도가 전력망의 한계를 앞질러 버릴 수 있다. 초격차급 초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은 한국만이 추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국가 경쟁력 확보 전략이 될 것이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