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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꺾은 13위’ 랴오위안허 우승

중앙일보

2025.11.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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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삼성화재배 우승 후 트로피를 깨무는 포즈를 취한 랴오위안허 9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새 챔피언이 탄생했다. 중국의 랴오위안허(25) 9단이 2025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랴오위안허는 17일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2국에서 디펜딩 챔피언 딩하오(25) 9단을 맞아 242수 만에 백 불계승하고, 종합전적 2승으로 2025 삼성화재배를 차지했다.

전날 결승 1국에서 딩하오에 완승을 거뒀던 랴오위안허는 이날 결승 2국에선 중반까지 치열한 반집 승부를 벌였다. 계가까지 갈 것 같은 미세한 바둑이었는데 딩하오의 끝내기 실수가 나오면서 서서히 형세가 기울었다. 비세를 확인한 딩하오는 순순히 항복을 선언했고, 이로써 올해 삼성화재배는 막을 내렸다.

랴오위안허는 중국 랭킹 13위다. 세계대회 우승은커녕 결승에 진출해본 적도 없다. 중국 국내 대회 성적도 돋보이는 게 없고, 삼성화재배에선 2019년 4강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이다. 대회 전 그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하자면 ‘초일류’로 구분되던 선수가 아닌데, 삼성화재배의 서른 번째 주인이 됐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지만, 행운만으로는 이번 대회의 폭풍 질주를 설명할 수 없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랴오위안허가 꺾은 상대 중에는 자타 공인 당대 최강 신진서와 세계대회 5회 우승에 빛나는 박정환이 있었다. 결승 상대는 대회 3연패를 노린 중국 1위 딩하오였다. 신진서와 박정환 모두 실수가 있었고 딩하오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지만, 그들 모두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상대는 아니었다. 랴오위안허는 “30년이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삼성화재배에서 인생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이 3년 내리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한국과 중국의 삼성화재배 우승 횟수는 14회로 같아졌다. 2022년 신진서와 최정의 결승전 이후 3년간 한국은 삼성화재배 결승 무대도 밟지 못했다. 2014년 김지석의 우승 이후 한국은 3회 우승한 반면, 중국은 9회 우승했다. 최근 12년간 삼성화재배는 사실상 중국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신진서는 최근 들어 삼성화재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이후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재작년엔 4강에서 탈락했고, 작년엔 8강, 올해는 16강에서 탈락했다.

2025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 한국기원이 주관했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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