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테러조직의 배후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고조된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갈등이 극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 국무부는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를 11월 24일부로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며 “베네수엘라 기반의 솔레스는 마두로와 그 정권의 고위 인사들이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솔레스가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되면서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급의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은 범죄 행위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군사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남미의 마약 카르텔을 ‘비(非)국가 무장단체’로 간주하고, 카르텔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을 격침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솔레스의 실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는 회의론 역시 나온다.
세계 최대인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역시 이날 베네수엘라 북쪽의 카리브해에 진입했다. 미군은 카리브해에 구축함과 핵추진 공격잠수함, 전투기 등을 포함해 2만명에 가까운 병력을 집결시킨 상태다. 이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다. 항모전단이 투입되면서 베네수엘라 영토 내 타격까지도 가능한 상태가 됐다. 미국은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공습도 거듭해 현재까지 최소 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CNN은 “마두로를 축출하면 역대 미국 행정부가 이루지 못했던 공을 트럼프 대통령이 세우게 된다”며 “(미국에 친화적인) 새 베네수엘라 지도자를 내세워 마약과 이민 문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고, 석유도 거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권력 다툼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 대응의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주장한 리처드 그레넬 베네수엘라 특사를 누르고 루비오 장관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석유 거래 등을 제안했는데, 루비오 장관이 강경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는 마두로 정권을 오랫동안 비난해왔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쿠바계 유권자 표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군사 개입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CNN이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두로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한다”며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결심을 했다”는 지난 14일 발언에서 다소 완화된 내용이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이날 틱톡에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존 래넌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영상을 올렸다. 이매진은 평화와 인류애를 주제로 한 곡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카리브해와 남미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미국 국민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