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권섭(60·사법연수원 25기)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가 17일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할 상설특별검사에 임명됐다. 내란·김건희·순직해병 3대 특검에 이어 상설특검까지 가동되면서 여권이 주도하는 정치적 수사 정국이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상설특검의 경우 국회 의결을 거쳤던 세월호 상설특검과는 달리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를 결정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건 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검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수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관봉권·쿠팡 의혹은 앞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집중 공세를 펼친 의혹 사건이기도 하다.
안 특검은 이날 임명 후 곧장 수사팀 출범을 위한 20일의 준비기간에 돌입했다. 특검보 2명, 파견검사 5명, 파견공무원·특별수사관 각 30명 등 60여 명 규모의 수사팀 구성과 동시에 최장 90일의 수사 기간 동안 사용할 사무실 물색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관봉권 띠지 분실은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5000만원어치의 관봉권 띠지가 증거물 보존 과정에서 사라진 사건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찰이 전씨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하며 조직적으로 띠지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쿠팡 외압 의혹은 지난 4월 당시 문지석(현 광주지검 부장검사)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상관인 엄희준(현 광주고검 검사) 부천지청장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번 상설특검은 정부와 민주당 주도로 출범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건진법사 관봉권 의혹과 관련해 “과실은 있었지만 고의적인 증거(관봉권 띠지) 은폐는 없었다”는 대검찰청의 중간 감찰 결과가 나오자마자 상설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혹의 당사자가 검사이기 때문에 결국 (감찰로는) 제 식구 감싸기 측면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쉽지 않다”(지난달 24일 퇴근길 발언)는 이유에서다. 정 장관은 또 “대검에 강력한 감찰을 지시했지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실상 관봉건 띠지 분실의 고의성이 없다는 감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 남용을 이유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청을 해체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상설특검 출범으로 특정 사건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중립성·공정성까지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법조계에선 여권 주도 3대 특검에 이어 상설특검 발족을 놓고 “사실상 여당이 출범시키고 특검까지 임명하는 ‘정치 특검’”이라며 “통상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객관적 수사를 위해 도입된 특검 제도가 여당발 정국 주도 특검으로 변질됐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상설특검법이 제정된 이후 실제 상설특검이 출범한 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검이 유일하다. 세월호 상설특검은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에 대해 90일의 수사를 거쳐 2021년 8월 “제기된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인적·물적 증거를 찾기 어려워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빈손으로 끝났다.
안 특검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광주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검찰 재직 기간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서울고검 공판부장,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2020년 퇴직 후 대륜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