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가 끝내 노르웨이를 다시 월드컵으로 끌어올렸다. 28년 동안 멈춰 있던 시간을 한 경기, 한 골씩 밀어붙인 끝에 열린 결과였다.
노르웨이는 지난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원정 최종전에서 4-1로 승리하며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8년 만의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 경기에서도 홀란드는 멀티골을 넣으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순히 본선 티켓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팀이 버티고 버텨야만 하는 순간에 모든 기대치를 충족했다는 점이 더 큰 의미로 남았다.
홀란드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8경기 16골을 기록했다. 모든 경기에서 최소 한 골 이상을 넣은 유일한 선수이며, 어느 대륙을 통틀어 예선 최다 득점자다.
경기당 두 골이라는 비정상적인 생산력은 이미 노르웨이 내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역대 최고 선수’라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이미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노르웨이 현지 반응을 그대로 제목으로 내걸었다.
홀란드의 대표팀 누적 기록 역시 객관적으로 이례적이다. 그는 지금까지 A매치 48경기에서 55골을 넣었다. 세계 축구 역사에서 단 여섯 명만이 기록한 ‘50경기 미만 50골 돌파’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 53년 동안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던 구간이다. 득점 효율만 놓고 보면 유럽 역사상 거의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며 국가대표 경력의 절대적 길이가 짧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미 단독 클래스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홀란드는 경기 후 “행복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안도감이 더 크다. 압박이 있었다. 그걸 느끼면서도 과정 자체는 즐거웠다”고 말했다.
표현은 담담했지만, 28년의 공백을 끊어낸 선수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소감이었다. 노르웨이 팬들 역시 “기쁨보다 안도감이 더 크다”는 반응과 함께 오랜 공백을 마친 국가대표팀을 환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현지 해설가 라르스 시베르센은 “홀란처럼 완벽한 슈퍼스타는 없었다. 그는 이미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과거 노르웨이 국가대표이자 홀란의 아버지 알피 홀란드 역시 “우리가 월드컵에 나가는 것은 다른 나라의 우승과 같은 감정”이라며 “오슬로는 역사상 가장 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본선행으로 홀란드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무대에 오른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했지만, 대표팀에서는 단 한 번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불완전한 커리어가 드디어 채워진다.
25세라는 나이, 예선에서의 압도적 기록, 그리고 본선에서 기대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홀란드 시대의 시작”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