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3년 전 카타르에서 세상을 뒤흔든 그 장면. 이제 조규성(27, 미트윌란)이 다시 가나를 마주한다. ‘만찢남’ 신드롬의 출발점이었던 바로 그 팀 앞에서, 그는 또 한 번 포효할 준비를 끝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프리카 강호 가나와 2025년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니다. 북중미월드컵을 7개월 앞두고 스트라이커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시점이며, 무엇보다 조규성에게는 ‘운명적 리턴매치’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서 한국은 가나 상대로 아쉽게 2-3으로 패했다. 하지만 온 국민이 기억하는 장면은 단 하나였다. 조규성의 머리에서 터져 나온 두 골. 한국 선수 최초의 월드컵 멀티골이었다. 그날 이후 조규성의 SNS 팔로워는 2만 명에서 하루 만에 140만 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가 그의 이름을 검색했고 조규성은 단숨에 한국 축구의 새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화려했던 이면에는 길고 어두운 재활의 시간도 있었다. 유럽 진출이 후 분전하던 그는 무릎 부상과 합병증으로 1년 8개월 동안 넘게 뛰지 못했고,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에서 멀어졌다.
한때 대표팀의 미래로 불리던 그는 지난해 5월 무릎 수술 이후 합병증이 찾아오면서 경기를 뛰지 못했고, 결국 2024-2025 시즌은 단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그의 말처럼 “해골처럼 말랐던 시기”, 체중 14kg 감소까지 겪으며 복귀 자체를 의심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조규성은 다시 돌아왔다. 올여름 미트윌란에서 부활을 알리는 4골을 터뜨렸고 결국 11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며 1년 8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볼리비아전은 그 복귀의 서막을 붙인 경기였고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규성은 지난 14일 볼리비아전에서 마침내 대표팀으로 드디어 돌아왔다. 후반 31분 손흥민 대신 투입된 그는, 후반 43분 김문환의 크로스가 굴절돼 흘러오자 몸싸움을 이겨낸 뒤 균형을 잃으면서도 왼발로 강하게 밀어 넣었다. 넘어지며 쏘아올린 그 골. 조규성에게는 ‘복귀 선언’이었다.
조규성 특유의 골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그는 웃으면서 "오랜만에 대표팀에 왔는데 뛸 줄 몰랐다. 많은 팬 앞에서 이렇게 득점해 기분이 좋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골까지 넣었다. 감사하다"라면서 “몸싸움을 이겨내다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골을 넣고 싶다는 집념 하나로 득점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는 18일, 조규성은 다시 가나를 마주한다. 그의 축구 인생을 바꿔놓은 상대이자, 한국 팬들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매치업이다. 단 볼리비아전 볼에도 불구하고 조규성은 후반전 교체 카드로 투입될 확률이 높다. 홍명보 감독은 볼리비아전 직후 인터뷰에서 가나전 선발은 오현규라고 예고했다.
지금의 조규성은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다. 소속팀 미트윌란에서도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감각을 되찾고 있고, 대표팀에서도 ‘후반 조커’로 투입 가능성이 높다. 짧은 시간에도 결정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스트라이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전 짧은 출전 시간에도 조규성은 자신에게 찾아온 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결정적인 마무리 본는을 뽐냈다.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육체적 컨디션이 완벽해지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결정적 한 방을 넣는 능력, 그건 조규성의 본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