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를 서열화 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얼마나 미션에 맞게 메이크업을 잘 해냈느냐’를 보는 서바이벌이죠.”
K뷰티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60명이 참여한 초대형 서바이벌 쿠팡플레이 ‘저스트 메이크업’(7일 10부작 전편 공개)이 단순한 뷰티 예능을 넘어 화제를 모은 데엔 이같은 제작진 판단이 작용했다. 1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박성환·심우진 PD는 “뷰티 제품을 소개하는 정보 제공이 아니라 서바이벌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며 기존 뷰티 콘텐트와의 차별점을 분명히 했다. 톱3 파리금손(김민)·오 돌체비타(오현정)·손테일(손주희)은 “경쟁의식 보다는 미션에 맞춰 각자의 생각을 메이크업으로 풀어내는 방식이었다”며 “개성이 느껴지는 결과물을 보면서 서로 감탄한 현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경연의 재미’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은 남성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지난달 3일 첫 공개 후 5주 연속 쿠팡플레이 인기작 정상을 유지했고, 첫 주 대비 2주차 시청량이 665%, 3주차에는 748% 급상승하며 K뷰티 콘텐트의 경쟁력을 확인하게 했다.
방송 이후 참가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3억 상금을 가져간 우승자 파리금손은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 끝나고 나서도 많은 관심을 받아 행복하다. 메이크업을 보여줬던 것이 아니라, 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흥행작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연출한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의 후속 서바이벌로,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두 작품을 비교했다. 본명 대신 닉네임을 쓴다거나 요리와 뷰티 등 일상 소재를 예술로 승화해 보여줬다는 점이 비슷하다. 심 PD는 ‘저스트 메이크업’만의 포인트에 대해 “전작은 맛을 상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우리는 결과물이 화면에 그대로 보인다. ‘저 사람에게 메이크업을 받고 싶다’는 감정이 들도록, 결과가 감정선을 끌고 가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과가 ‘보이는 서바이벌’이라 공정성은 더욱 중요했다. 비슷한 키와 연령대, 같은 헤어스타일로 모델을 맞춘 1라운드, 쌍둥이를 활용한 2라운드, 동일 모델을 두 팀이 사용하는 3라운드 등은 시청자가 차이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였다. 손테일(손주희)은 “심사 기준이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콘셉트·의상·쇼 전체를 아우르는 완성도였다”며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역할을 확장시켜준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 섭외도 흥행의 중요한 축이었다. 심 PD는 “지인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 업계 핫한 분들을 미리 파악해 섭외했다”며 현직 톱 아티스트, SNS 기반 브랜드 아티스트, 1세대 장인까지 업계 최고 수준의 60명을 모아냈다고 밝혔다. 특히 1세대 아티스트 37년째 지니(김선진)의 경우 “출연을 결심하자마자 기술 연마를 위해 단기 학원을 다녀왔다”고 알려, 제작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 PD는 “오 돌체비타(오현정)는 녹화 당시엔 톱3까지 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편집하면서 보니 그 실력이 폭발적이었다”며 의외의 강자가 등장하는 서사가 프로그램의 재미로 작동했다고 했다.
MC 이효리 역시 흥행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심사위원으로 처음 섭외를 받았던 이효리는 후에 제작진에 연락해 “K뷰티 프로그램에 나를 빼고 갈 순 없다”며 직접 MC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긴장을 풀고 분위기를 띄우는 등 진행자 이상의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의 ‘톤앤매너’를 완성했다.
쿠팡플레이는 이례적인 화제성에 시즌2를 제작진과 이미 논의 중이다. 심 PD는 “시청자 반응을 보니 ‘내추럴 메이크업’에 가장 관심이 많더라. 이번 시즌의 푸른 소, 인어 표현 미션과 같은 예술적인 부분을 조금 줄이고 좀 더 대중적인 미션을 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규모는 작지만 동네에서 진짜 유명한 샵 원장, 고등학교에서 메이크업 잘한다고 소문난 친구 등 일반인도 열어두고 섭외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