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을 노후 생계비로 앞당겨 쓸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청자가 제도 시행 8일만에 600건을 넘어섰다.
1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제도 시행 후 이달 10일까지(8영업일) 삼성ㆍ교보ㆍ한화ㆍ신한라이프ㆍKB라이프생명 등 5개사에서 총 605건이 신청됐다.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나눠 받는 방식으로 전환한 금융 소비자들은 1인당 평균 월 39만8000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계약자가 사망 후 지급되는 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당겨 받는 제도다. 만 55세부터 신청 가능한데, 신청자의 평균 연령은 65.6세다. 일시금 형태로는 받을 수 없다.
실제 사례를 보면, 60대 A씨는 2000년대 초반 가입한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3000만원의 90%(유동화 비율)를, 지급 기간 5년으로 설정해 월평균 21만9000원을 받기로 했다. 1990년대 가입한 70대 B씨는 사망보험금 5000만원의 90%를, 20년 동안 월평균 13만5000원씩 받는다.
사망보험금 가운데 생전에 얼마나 당겨쓰는지를 보여주는 ‘유동화 비율’은 최대 90%, 지급 기간은 최소 2년으로 이 범위 내에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다. 신청자의 평균 유동화 비율은 89.2%, 지급 기간은 7.9년으로 비교적 짧았다. 다수의 계약자가 유동화 비율을 최대로 늘리면서, 지급 기간을 짧게 해 월 지급액을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망보험금 유동화에 관심이 몰리는 배경엔 부족한 노후 대비가 꼽힌다. 한국 고령자 1인당 적정 생활비(월 192만원)를 감안하면,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약 68만원으로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나머지는 개인 연금 등으로 메워야 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공백기를 메우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국민연금의 보완재로서 안정적인 노후자금 운용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5년 간(2008~2023년) 종신보험은 약 1170만 건이 중도 해지됐다. 수명이 길어지고, 가치관이 달라지며 가족 부양보다는 생전의 의료ㆍ간병 등에 관심이 더 커진 탓이다. 정부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제도 시행으로 종신보험은 ‘사후자산’에서 ‘노후자산’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자 생명보험협회는 비대면 신청 방식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전담 콜센터 운영, 대상 계약자 개별 안내, 비교안내서 제공, 자필서명 의무화, 15일 철회권ㆍ3개월 취소권 부여 등의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