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문을 연 경남도립미술관 특별전 <겹겹의 시간 Layer Upon Layer〉이 14일부터 일반 관람에 들어가며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성파스님, 김미숙, 구은경, 신정은, 유남권, 이수진, 이영실, 정직성 8인의 옻칠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특별전은 옻칠 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폭넓게 보여주는 기획전으로, 전통적 공예성과 현대적 감성, 물성의 실험과 회화성을 보여준다.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을 대표 작가로 초청한 특별기획전 '현대옻칠예술: 겹겹의 시간' 개막식에는 박완수 경남도지사, 최학범 경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도민 150여 명이 참석하여 성대한 막을 올렸다.
옻칠의 역사성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옻칠은 공예다”라는 틀을 깨며 현대미술로 확장된 옻칠 예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1층 성파스님의 대표작 〈유동하는〉, 〈물속의 달〉, 〈태초에〉 등 대형 설치작품을 시작으로 관람객들에게 옻칠의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한 작품 앞에서 자연스레 발길이 멈춘다. 바로 김미숙 작가의 200호 신작 〈불완전한 존재의 완전한 순간〉(1,900×2,400)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이전 60호 선행작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확장한 대형 작품이다.
김미숙 작가는 “감정을 어떻게 쌓고 회복하며, 다시 빛으로 환원할 수 있을지를 늘 탐구한다”라고 전했다. 김미숙 작가의 작품은 옻칠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얻은 작가만의 독보적인 강렬한 색감과 옻칠만의 레이어에서 쌓아 올린 깊이감, 자개로 표현한 산수가 특징이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검은 바탕의 질감 속에서 인물이 떠오르는 방식이 고갱 후기작의 감정과 로스코 말년작의 빛의 떨림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자개의 산수는 옻칠이 품은 고유한 깊이를 견고하게 받치며 관람자의 시선을 붙든다.
김미숙 작가의 작품은 해외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25년 진행된 개인전에서는 해외 관람객들이 대형 작품 일부를 직접 컬렉팅하며 관심이 확대됐다.
해외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지난 8월 인도 유력 일간지 Deccan Vision은 김 작가를 1면 톱 기사로 다루며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신문은 “옻칠과 자개의 결합이 여성의 감정과 정체성을 섬세하게 포착한다”라고 평가했다. 대표작 〈Pietà〉와 클림트 오마주 연작에 대해선 “불완전한 존재의 순간을 드러내는 감정의 미학”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러한 평가를 받은 클림트 오마주 신작 〈불완전한 존재의 완전한 순간〉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특별전 〈현대옻칠예술: 겹겹의 시간〉은 2025년 11월 14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진행되며, 사전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