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노진주 기자] 명확하게 인종차별 행동이라고 확정하기 어려운 사안을 두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상벌위원회를 연다.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맹은 19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타노스 전북현대 코치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전 후반 추가시간 때 눈 옆으로 손을 갖다 대 김우성 심판 판정에 항의한 타노스 코치의 행동이다.
대전의 핸드볼 반칙으로 전북에 페널티킥이 주어지는 과정에서 심판을 향해 계속 항의한 타노스 코치는 경고를 피하지 못했다. 온필드 리뷰를 거쳐 페널티킥이 선언된 뒤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결국 퇴장까지 명령받았다. 직후 그는 양 검지로 눈을 가리켰다.
이는 자칫 보는 각도에 따라 두 눈을 찢는 ‘동양인 비하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데, 심판협의회는 전북 입장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확정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제13조 및 대한축구협회(KFA) 윤리규정 제14조(차별 및 명예훼손)에 위배되는 중대한 위반 행위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FIFA 등 관련 기관 제소 및 행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FA에 ▲해당 코치 및 소속 구단에 대한 즉각적인 징계 절차 착수 및 결과 공개 ▲피해 심판에 대한 공식 사과 및 보호 조치 시행 ▲향후 모든 구단 및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윤리 교육 강화 프로그램 마련 ▲유사 사건 재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른 최고 수위 제재 적용 등 4가지를 강력 요구했다.
[사진] 전북-대전 경기를 맡은 김우성 주심(오른쪽에서 세번째)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은 당혹스럽단 입장이다. 휴가 중인 타노스 코치와 연락이 닿아 사실 확인을 마친 전북은 “그가 눈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간 건 심판한테 ‘눈으로 보지 않았냐’ 어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라고 말했다.
여론도 심판협의회의 편이 아니다.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슬로우 모션으로 돌려보면 눈을 '찢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원래 속도로 보면 단순히 눈가에 손가락을 한 순간 갖다 댔다가 떼는 동작이기 때문. 일반적인 '두 눈으로 보지 않았냐'는 항의 제스처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올 시즌 K리그는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할 정도로 오심 문제가 들끓었기 때문에 더욱 반응이 좋지 않다. 심판협의회의 이중적 태도가 오히려 더 크게 부각되는 분위기다.
심판협의회 회장은 지난 달 전북에 희대의 오심을 안긴 장본인이다. 당시 한순간 오판으로 전북의 조기 우승 확정을 미룬 꼴이 됐는데, 직후 신속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 꽤 시간이 흐른 뒤 KFA 심판위원회가 나서 대신 사과하고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한데 인종차별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시점에서 심판협의회는 자신들은 잘하지 않았던 ‘사과’를 강요하고 있다.
만약 심판협의회에서 오심에 대한 사과 입장문을 즉각 냈거나,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징계가 발생했을 때 그 절차와 처벌 수위를 과거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타노스 코치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을 때 이렇게 거센 ‘역풍’은 맞지 않았을 수 있다. 최소한 연맹의 상벌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립을 지키자는 시선이 컸을 수 있다.
지난 10일 제출된 심판평가관 보고서와 경기감독관 보고서, 그리고 김우성 심판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등을 통해 사건을 파악한 연맹은 전북에서 경위서도 받았다.
인종차별 사안은 행위자의 의도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우선 고려하는 게 사회 통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 기조에 따르면 타노스 감독에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맹 상벌규정상 인종차별을 한 코치에겐 10경기 이상의 출전정지나 1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구단 역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사진]OSEN DB.
그러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쪽 의견에 쏠리는 결정이 나온다면 연맹 역시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북 서포터스 연합 매드 그린 보이즈 13일 "심판협의회가 최근 내린 인종차별 관련 징계 회부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 일련의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한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심판협의회의 인종차별 관련 입장문 즉시 철회,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해당 징계 절차 철회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모든 경기에서 부당한 판정에 대해 명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필요하다면 구단의 권익 보호와 축구계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