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정보보호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보안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잇따른 대규모 해킹 사고에 대응하고,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시대를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그룹사이버위협대응팀’을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해킹·랜섬웨어와 같은 사이버공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 내 보안 취약점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팀장은 양기창 현대차 통합보안센터장이 겸임한다.
그룹사이버위협대응팀 신설로 현대차그룹은 그룹 차원의 사이버보안 총괄 전담 조직을 구축하게 됐다. 기존에는 계열사별로 개별 대응해왔다. 그룹사이버위협대응팀은 주요 정보 시스템과 통신망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보안 위협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동시에 상황 대응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그룹 차원의 보안 거버넌스를 정비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현대차·기아는 사이버보안 분야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정보보호 투자금은 총 621억4000만원으로, 지난해(425억3000만원) 대비 46.1% 증가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168.9% 늘었다.
보안 전담 인력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기준 현대차·기아의 정보보호 인력은 262.2명으로, 지난해(185.4명)보다 77명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그룹의 보안 강화 배경에는 최근 국내외서 벌어진 대규모 해킹 사태가 있다. 지난 4월에는 SK텔레콤에서 가입자 20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9월에는 KT 기지국 장비가 해킹돼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롯데카드는 297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예스24는 랜섬웨어 공격으로 홈페이지와 앱 운영이 마비됐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3월 일부 임직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고객 정보나 기술 정보 등 핵심 데이터는 외부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의 보안 대응 조직을 만든 것은, 향후 더 큰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커넥티드카 시대를 앞두고 사이버보안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외부 네트워크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차량으로, 운전자 정보, 차량 제어 시스템, 교통 인프라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해킹에 노출될 경우 차량의 원격 조작, 정보 탈취, 시스템 마비 등의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가 점점 디지털화되는 시대에, 사이버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조직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앞으로도 보안 인력 확대와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