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를 받던 중 담당 경찰관이 근무하는 경찰서에 과일 상자와 현금 봉투를 건넨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피의자는 “인사치레”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사건 무마 등을 노리고 건넨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무고와 뇌물공여 혐의로 70대 남성 A씨를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약 6개월 전부터 무고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처음에 그는 “지인들에게 수천만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지인 2명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낸 차용증이 위조된 사실을 확인해 그를 무고 혐의로 입건했다.
A씨 수사를 담당한 건 사하서 수사과에 근무하는 B경사다. 그런데 A씨는 지난 9월부터 ‘기행’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출석이 예정됐던 지난 9월 8일 사하서에 한 택시 기사가 방문해 종이상자를 든 채 B경사를 찾았다.
B경사는 택시기사와 대화 끝에 그가 A씨 부탁을 받고 ‘배달 대행’을 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A씨 모습이 확인됐다고 한다. 상자엔 과일과 함께 1만원권으로 600만원이 담긴 봉투가 들어 있었다. B경사는 현금과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확보했다.
A씨는 지난달 2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B경사에게 과일 상자와 현금 400만원이 든 봉투를 보냈다. 이날도 A씨 출석이 예정된 날이었는데 동봉된 편지에 ‘몸이 안 좋아 경찰서에 갈 수 없다’는 내용이 씌어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분명히 표현하진 않았지만 ‘돈을 더 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내용도 편지에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후 사하서 민원실에 전화해 “과일과 현금이 잘 전달됐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A씨는 이후 경찰에 “추석을 앞두고 인사치레로 보냈을 뿐인데 왜 죄가 되느냐”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본래 수사받던 무고 혐의도 구속 수사가 필요할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출석하기로 한 날 계속 나오지 않은 데다 담당 경찰관에게 금품을 건네려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 판단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