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도체 장비 기업 관계자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확대를 발표한 것을 두고서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 모두에 납품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급격하게 케파(생산능력)를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기업의 발주가 겹친다면 공급 스케줄을 짜는데 상당한 애로가 생길 것”이라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행복한 비명인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로 인한 '낙수효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는 공급 확대를 준비 중이며, 두 회사 투자 지역인 평택과 용인의 건설 경기도 들썩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60조원 이상 자금이 투입되는 P5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했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1단지(P1~4)와 2단지(P5~6)를 합쳐 289만㎡(약 87만 평)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1단지에는 4개 라인이 구축되어 있고, 2단지에는 이번에 투자하는 5라인을 포함해 총 2개 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가동 목표 시기는 2028년이다.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을 담당하며, 시황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도 구축될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120조원 규모로 발표했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예상 투자 비용을 이번에 600조원으로 늘렸다. 용인시가 최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490%로 상향하고 건축물 최고 높이도 120m에서 150m까지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9차 변경 산업단지계획’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고시했다. 이에 따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팹(공장)의 클린룸 면적이 당초 계획보다 1.5배가량 늘어나게 됐다. 건축비나 장비 비용 등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1기 부지 공사를 완료하고 팹 건설을 시작했으며, 2~4기 부지의 토목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 용인일반산업단지㈜ 송종욱 본부장은 “현재 부지 공정률은 67%로 계획보다 약간 앞서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력과 용수 공사의 공정률은 88%까지 진행됐다”라며 “당초 2~4기 부지는 2027년 2월에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2기부지 작업도 계획보다 완공 시점을 6개월~1년 가량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건설에 속도가 붙으면서 인력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평택과 용인 반도체 건설현장 구인 채팅방에는 1~2분에 한 개씩 구인 글이 올라왔다. 인력 업체들은 ‘초보·무경력자도 입사 가능, 공과금 100% 무료+숙식 제공 일당 15만원’ 등의 문구로 구인에 한창이었다. 송 본부장은 “현재 토목 쪽에는 1000명이 투입돼있으며 팹에는 수천 명의 인원이 일하는 중”이라며 “나중에 공사 피크 시기가 오면 1만5000~2만명까지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하반기 메모리 수퍼사이클이 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늘어났지만, 아직 장비 발주가 확 늘지는 않았기에 큰 체감은 없었다”라며 “다만 향후 설비투자가 대거 늘어나게 되면 소부장 업체들에도 직접 적인 낙수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영업 활동을 늘리고 인력 확보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