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농어촌기본소득 관련 예산이 시범사업 시작 단계에서 두 배로 확대됐다. 시범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지자체들의 추가 선정 요구에 대상 지역이 늘고 국비 보조율도 상향되서다. 향후 전체 군으로 확대되는 본사업으로 전환하면 매년 조 단위의 의무지출이 발생하는 만큼,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의 ‘2026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이 정부 원안보다 1조1700억원 증액된 것으로 의결됐다. 이 가운데 농어촌기본소득 사업비가 1703억원에서 3409억원으로 늘었다. 시범사업 지역을 최대 5곳 추가하고, 국고 보조율을 40%에서 50%로 상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화폐 형태로 2년간 지급하는 정책이다.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에 현금 지급 방식으로 활력을 불어넣자는 게 기본 취지다. 시범사업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운영될 예정이다. 시범사업에서의 성과를 보고 본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본사업 시행 시기가 아직 남았는데도, 예산이 증액된 것은 탈락한 군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당초 공모에는 전국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49곳(71%)이 참여했으며, 이 중 ▶충남 청양 ▶강원 정선 등 7곳만 선정됐다. 특히 충북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아 지역 차원의 강한 반발이 컸다.
당장 주민 반발과 인구 유출이 심각해 질 수 있어서다. 예컨대 이번에 선정된 충남 청양군의 인구는 최근 한 달 반새 404명이 늘었다. 청양군 관계자는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한 시점과 인구 증가가 겹친 만큼 현금 혜택을 기대한 인근 지역 주민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대 최호택 교수는 “전체 인구가 정체된 상황에서 특정 지역만 증가한다면 결국 이웃 지역 인구를 잠시 가져오는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재정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7개 군 가운데 도가 사업비의 30%를 부담하는 곳은 경기뿐이며, 전북·경북·경남은 18%, 강원은 12%만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사업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기초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사정을 고려해 국고보조율을 70∼8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런 현금성 의무 지출을 국세로 떠안기기 시작하면, 앞으로 지방에 꼭 필요한 투자를 해야 할 때 재정이 부족해 손을 쓰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향후 본사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전체로 확대될 경우 연간 4조9000억원이 필요하다. 이 중 정부 부담만 약 2조원으로, 농식품부 연간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농어촌 인구(964만 명)로 확대될 경우 정부 재정 투입은 약 6조원까지 증가한다.
이미 고령화로 인해 기초연금 등 현금성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농어촌기본소득까지 더해지면 재정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안동현 교수는 “의무지출 중에서도 현금성 복지는 일단 지급을 시작하면 축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금성 지원의 승수효과는 0.3 수준으로 인프라 투자에 비해 훨씬 낮은데, 효과는 적고 재정 부담만 크게 늘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