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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하게 해줬다, 가나 1.5군에 1-0 진땀승

중앙일보

2025.11.18 04:55 2025.11.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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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이강인(오른쪽)이 패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장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다만 가나 1.5군을 상대로 고전해 많은 과제를 남겼다.

한국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후반 17분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태석(23·빈)의 헤딩골을 도우며 답답했던 ‘0’의 균형을 깼다. 어릴적 예능 ‘날아라슛돌이’에 함께 출연했던 이강인과 이태석이 환상 호흡을 보여줬다.

킥오프 전에 올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국제선수상 수여식을 가진 이강인은 관중석에 걸린 걸개(오늘도 강인하게)처럼 ‘강인’하게 해줬다.

한국축구는 3년 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 패배를 설욕했다. 당시에도 이강인은 택배처럼 정확한 크로스로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으나 그 땐 2-3으로 졌다.

한국은 가나와 상대전적을 4승4패로 균형을 맞췄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9월 부임 후 12승5무2패, 유럽파를 포함한 정예멤버로 나선 최근 6경기에서 4승1무1패를 기록했다.

북중미월드컵 본선진출국 가나는 ‘차’와 ‘포’ 격인 모하메드 쿠두스(토트넘), 앙투안 세메뇨(본머스) 등 주축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진 1.5군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73위로 한국(22위)보다 51계단 낮다. 가나는 지난 10일 일본과 원정 평가전에서 상대 압박에 굉장히 고전하며 0-2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나를 상대로 전반전에 졸전이었다. 지난 14일 볼리비아와 평가전(2-0승)에 포백을 썼던 홍 감독은 이날 다시 스리백(3-4-2-1 포메이션)으로 회귀했다. 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권혁규(낭트) 헤딩슛이 첫 슈팅일 정도였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소집되지 못해 중원에서 볼배급이 능한 선수가 없었다. 이강인이 자꾸 중앙으로 내려오다 보니 측면 공격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 미드필더 권혁규가 내려와 스리백이 파이브백처럼 운용되는 시간이 길다 보니, 공격시 우리 선수 숫자가 너무 부족했다. 오현규(헹크)도 최전방에 고립됐다.

홍 감독은 후반 중반까지 대거 선수 교체를 통해 전술 변화를 줬다. 이강인이 선제골을 도우며 게임체인저 역할을 했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후반 29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찼지만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페널티킥 실축 후 오히려 몰리는 흐름이었다. 후반 30분 카말딘 술레마나(아탈란타)가 중원부터 단독 드리블 돌파 후 때린 슛이 살짝 벗어났다. 가나가 정예멤버였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후반전 손흥민이 교체되며 홍명보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준희 해설위원은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상대 공격은 4~5명인데 우리 수비진에 8명이나 있는 장면이 많았다. 공을 빼앗아도 공격으로 올라가는 전환이 잘 안되다 보니, 가나가 자신감을 갖고 자꾸 올라왔다. 후반에는 이강인이 오른쪽 전방에서 계속 뛰니 공격 위력이 상승했다”면서 “48개국 체제로 늘어난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와 엇비슷하거나 약한팀을 만나면 꼭 이겨야 하는데, 가나전 전반전은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 이강인은 경기 후 “이겼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많다. 월드컵까지 7개월 남았는데 더 잘 준비해 본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당면 목표였던 승리는 챙겼다. 다음달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을 앞둔 FIFA 랭킹 22위 한국은 ‘포트2(2번 시드)’ 마지노선인 24위 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6만5000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관중석의 절반인 3만3256명만 찾았다. 지난달 파라과이와 평가전(2만2206명)에 이어 또 ‘흥행 실패’다. 초겨울처럼 기온이 0도로 뚝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홍 감독과 정몽규 협회장을 향한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대변한다.



박린.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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