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도전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에 1-0으로 이겼다. 후반 17분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이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태석(23·빈)의 A매치 데뷔 골로 이어진 헤딩 득점을 도와 결승골을 합작했다. 킥오프에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받은 이강인은 관중석에 걸린 걸개(오늘도 강인하게)처럼 한국축구를 ‘강인’하게 해줬다.
한국은 3년 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가나전 패배(2-3)를 설욕했다. 상대전적에서도 4승4패로 균형을 맞췄다. 사령탑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9월 부임 후 12승(5무2패)째를 거뒀다. 유럽파를 포함한 정예 멤버로 나선 최근 6경기 전적은 3연승을 포함해 4승1무1패다.
북중미월드컵 본선진출국인 가나는 이날 ‘차’와 ‘포’ 격인 모하메드 쿠두스(토트넘), 앙투안 세메뇨(본머스) 등 주축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사실상 1.5군으로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73위로 한국(22위)보다 51계단 낮다. 가나는 지난 10일 일본과 원정 평가전에서 0-2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나를 상대로 전반 내내 이렇다 할 우위를 잡지 못 했다. 지난 14일 볼리비아와 평가전(2-0승)에 포백 기반 전술을 활용한 홍 감독은 이날은 스리백(3-4-2-1 포메이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반 40분 첫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흐름이 답답했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빠진 중원의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자 이강인이 중앙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잦아지면서 측면 공격까지 함께 둔탁해졌다. 오현규(헹크)는 최전방에서 고립됐다.
후반 들어 잇단 선수 교체와 함께 달라진 흐름 속에서 17분 만에 선제골 겸 결승골이 나왔다. 어린 시절 TV 축구 예능 프로그램(날아라 슛돌이)에 함께 출연한 이강인과 이태석이 환상 호흡으로 답답한 0의 흐름을 깼다. 이강인은 경기 후 “이겼지만 보완할 점이 더 많은 경기였다”면서 “더 잘 준비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0으로 앞선 후반 29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페널티킥을 얻어내 추가 골 기회를 잡았지만, 직접 찬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스코어를 벌리지 못 했다. 이후 후반 30분 카말딘 술레마나(아탈란타)의 슈팅을 필두로 만회 골을 터뜨리려는 가나의 매서운 반격에 고전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앞서다 보니 내려서는 선수들이 많았다. 공을 빼앗아도 공격 전환이 잘 안돼 가나에 역습의 빌미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와 엇비슷하거나 약한 팀을 만나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가나전 전반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고 진단했다.
FIFA랭킹 22위 한국은 이날 승리로 다음 달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을 앞두고 ‘포트2(2번 시드)’ 마지노선인 24위 이상의 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팬심은 싸늘했다. 6만5000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축구 팬은 3만3256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