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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대륙도 못한 일, 15만 섬나라가 해낼까

중앙일보

2025.11.18 07:01 2025.11.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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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라소가 첫 월드컵 본선 진출 을 눈앞에 뒀다. 아드보카트 감독(아래 사진)이 이끄는 퀴라소가 자메이카에 무승부 이상을 기록하면,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로 기록된다. [사진 퀴라소 축구대표팀 X]
카리브해 남쪽의 작은 섬나라 퀴라소가 축구 열기로 떠들썩하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둬서다.

퀴라소는 19일(한국시간) 자메이카 킹스턴의 인디펜던스파크에서 자메이카를 상대로 2026 북중미월드컵 북중미 3차 예선 B조 최종 6차전을 치른다. 자메이카(승점 10), 트리나드토바고(승점 6), 버뮤다(승점 0)와 한 조에 묶인 퀴라소는 승점 11점으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자메이카를 상대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는 총 32개 나라가 참가했다. 그중 1·2차 예선을 통과한 12개국이 4개국씩 3개 조로 나뉘어 3차 예선을 진행 중이다. 각 조 1위 3개 팀은 본선에 직행하고 2위 3개 팀 중 상위 2개 팀은 대륙간 플레이오프(PO) 무대로 옮겨 본선행 추가 티켓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직전 카타르 대회까지 32개국 체제로 치르던 월드컵 본선이 이번부터 48개국 체제로 확장된 데다 북중미의 강호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국 자격으로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으며 ‘축구 변방’ 퀴라소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퀴라소 미드필더 주니뇨 바쿠냐는 자메이카전을 앞두고 영국 매체 BBC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꿈도 못 꾸던 월드컵이 손에 잡힐 위치까지 다가왔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네덜란드령 퀴라소의 전체 국토 면적은 444㎢로 제주도의 4분의 1 크기다. 인구는 15만 명에 불과하다. 퀴라소가 본선행을 확정 지으면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본선 출전국 중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로 기록된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본선 무대를 밟은 아이슬란드(당시 35만 명)다.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이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점을 고려하면 퀴라소의 본선행은 기적에 가까운 성과다. BBC는 “카리브해의 아주 작은 섬 퀴라소가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딱 90분(1승)만 남겨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드보카트 감독. [AP]
퀴라소 돌풍의 중심엔 백전노장 딕 아드보카트(78·네덜란드) 감독이 있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을 지휘봉을 잡고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토고전 2-1)를 이끌어 우리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지난 2024년 1월 퀴라소 사령탑에 오른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근 예선 9경기서 무패 행진(7승2무)을 이어가며 마법 같은 성과를 냈다. 90위권 언저리에 머물던 퀴라소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또한 82위까지 올라섰다. 바쿠냐는 “감독님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는 존재 그 자체로 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자메이카전에 퀴라소를 이끌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최근 가족과 관련한 일로 급히 네덜란드에 귀국해 코치 중 한 명이 대신 벤치에 앉기로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영상 통화 등을 이용해 경기 당일 원격으로 작전 지시를 내릴 예정이다.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은 네덜란드 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안 계셔도 자메이카를 상대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년이면 79세가 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북중미월드컵 본선에서도 퀴라소를 이끌 경우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작성한 본선 최고령(71세) 사령탑 기록을 갈아치운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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