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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지원의 계절…지원제도는 무사한가

중앙일보

2025.11.18 07:14 2025.11.1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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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극작가·연출가
가을이 올 것 같지 않더니 어느새 깊어졌다. 이 계절이면 예술가들은 내년의 작업을 꿈꾸며 지원서를 쓰느라 분주하다.

공연 예술계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 제도의 출발은 김대중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이후였다. 사회 전반이 극도로 위축되어서 연극계는 스타 시스템에 의지하거나 마니아 관객층이 탄탄한 소수의 극단을 제외하곤 운신이 어려웠다. 중심가의 극장 대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중견 선배 몇몇이 혜화 로터리 쪽의 허름한 지하 공간을 빌려 극장(사진)으로 사용할 정도였다.

그러니 그 지원제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초기에 잡음이 없지 않았으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방침이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면서 제도는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많은 예술가가 작업할 기회를 얻었고 작품이 다양해졌다. 신인들도 기회를 얻었으며 제작방식도 전문화되어 갔다. 문제작들이 나왔고 문화를 담당하던 기관은 예술의 발전을 함께 주도하는 파트너로 환영받았다. 이제 제대로 된 극장 공간만 들어서면 한국 연극은 순풍에 돛을 달 것 같았다. 연극계를 진단하던 한 대담에서 작고한 한상철 선생님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그것이 불과 10여 년 전. 이후의 진영 갈등과 정부의 부침은 우리 사회 전반을 편 가르기의 파국으로 몰아갔다. ‘지원을 하면 간섭도 한다’는 경직된 관료주의와 그에 대한 예술가들의 분노가 팽팽하게 갈등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화정책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갈팡질팡이다.

지원제도가 출발한 지 사분의 일세기가 흘렀다. 단기부양책도 좋지만 이제 지원제도의 전체 흐름을 성찰하고 현장의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시점이다. 연후에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간섭받지 않을 단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정초해야 할 것이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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