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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 6명 중 5명 공석…'수뇌부 실종' 檢, 실무인력도 태부족

중앙일보

2025.11.18 12:00 2025.11.1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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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퇴임 이후 법무부는 구자현 전 서울고검장을 대검 차장으로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또 다시 검찰총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연합뉴스
검찰이 초유의 지휘부 공백 상황을 맞으며 제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휘청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간부급 인사들이 줄줄이 사퇴한 데 이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또 한 번의 줄사표 행렬이 이어지면서다. 지난 7월 출범한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에 110여명 규모의 검사를 파견하며 수사 인력 부족에 직면한 검찰은 대검찰청·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의 지휘부 공백까지 겹치며 조직 운영을 위한 기둥과 뿌리가 모두 뽑힌 형국이다.



중앙지검장·수원지검장 사의…고검도 5곳이 고검장 공석

지난 7월 2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퇴임한 이후 4개월 넘게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지 않는 상황은 검찰이 처한 지휘부 공백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4일 퇴임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 자리는 구자현 대행으로 채웠지만 구 대행의 이동으로 6개의 고등검찰청 중 부산을 제외한 서울·수원·광주·대전·대구고검장 5개 자리가 비었다.

수원·대전·대구고검의 경우 지난 7월 권순정 전 수원고검장과 황병주 전 대전고검장, 신봉수 전 대구고검장이 이재명 정부 첫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이후 4개월째 고검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하며 사건 수 기준 전국 1,2위 규모인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모두 검사장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뉴스1

항소 포기 사태로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18일 비공개 퇴임식을 하면서 사건 수 기준 전국 1·2 규모 지방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역시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앞서 지난 17일 송강 광주고검장과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박 지검장은 항소 포기 사태 당시 노 전 대행에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전국 18개 지검장 명의 입장문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대표로 공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8명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의 강등 인사와 징계를 추진하자 사표를 냈다. 다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항명보다는 의견 전달”이라며 검찰 조직 안정을 우선하면서 추가 사퇴 움직임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특검 파견에 줄사표까지…심각한 인력 부족

'관봉권 띠지·쿠팡 외압'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에 안권섭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팀은 2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공식 출범한다. 연합뉴스
범죄 대응을 위한 뿌리 조직에 해당하는 실무 수사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한 상태다. 4개월째 가동 중인 3대 특검에 110여명의 검사가 파견된 데 이어 17일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검에 안권섭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가 임명되며 검찰에서 추가로 5명의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수사할 검사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건이 계속 밀어닥치는 탓에 미제는 점점 쌓이고 말 그대로 막막한 상황”이라며 “인력 부족에 더해 항소 포기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는 검사들에게 무력감을 넘어 모멸감까지 안기며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인 검사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미제 10만건 돌파…"사기 저하, 무력감 퍼져"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 규모가 지난달 말 기준 10만건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전국 검찰청의 미제사건은 총 10만146건에 달한다. 3대 특검의 공식 출범 전인 지난 6월 말 기준 7만3395건 규모였던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은 4개월 사이에 3만건가량 폭증했다. 처리해야 할 사건의 수는 그대로인데 검사들의 특검 파견과 퇴직으로 수사 인력이 급감하고, 지휘부 공백으로 중요 의사결정마저 지체되며 미제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향후 인력 부족 문제가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단 점이다.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구체적인 검찰개혁안을 논의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보완수사권·전건송치 등 검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부장·부부장 검사와 평검사들의 이탈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검찰청 간부는 “검찰 조직을 정상 운영하기 위한 절대적 인력이 부족한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는 전반적인 사기 저하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무력감”이라며 “검찰 수사권 박탈이 확정된 상태인데 책임감을 갖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에 동의할 검사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말했다.



정진우.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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