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서교공) 사무실에서 흉기를 소지한 하급자로부터 위협을 당한 직원이 정신질환 발병을 이유로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 직원은 근로복지공단에 하급자가 약 30㎝ 길이의 정글도(마체테로도 불리는 벌목·벌채용 도구)를 보여주며 위협했다는 동료들의 자필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서교공 측이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산재 신청은 결국 불승인됐다고 한다.
19일 서교공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직원 A씨(57)는 지난해 1월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산재 신청을 했다. 적응장애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신체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정신질환을 가리킨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순부터 같은 부서 부하 직원 B씨의 행동 때문에 심한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B씨는 직장 사물함에 보관하던 정글도와 과거 복용한 정신과 약 봉투를 동료 직원들에게 꺼내보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B씨는 다른 동료에게도 ‘야 넌 X졌어’ ‘어 XXX 해보자’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이같은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자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지속되는 위협과 스트레스에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이에 서교공 측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사실 확인 요청에 “같은 부서 직원들이 B씨의 흉기 소지 등을 목격한 사실이 없고, B씨 본인도 소지한 적 없다고 했다”고 부인하는 내용으로 회신했다.
반면에 A씨는 “30㎝ 정도의 길이, 톱니가 있는 흉기를 본인 락커에 보관 중인 것을 봤다” “B씨가 ‘칼을 직접 보여준 적이 있다’고 사측과 면담 때 보고했다”는 내용의 동료들의 자필 확인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이미 제출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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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위협 없었다면서…관심 직원에 경고? 모순”
당시 서교공은 근로복지공단에 ‘흉기 위협이 없었다’면서도 해당 사건에 대한 조치로 “‘관심 직원’(B씨)에게 흉기 등을 소지하는 행위는 동료 직원에 불안·위화감을 주는 행위로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고도 보고했다. 서교공은 또 B씨를 A씨와 다른 사업장으로 인사 발령도 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게 “흉기를 소지했다는 동료 직원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확인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어 산재 불승인 결정을 통지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주변 동료들의 증언이 있는 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과 다른 서교공 측의 답변만 반영해 산재 불승인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흉기 위협 사실은 없다고 하면서 관심 직원에게 감찰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교공 관계자는 “산재 불승인 결정은 근로복지공단이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며 “감사실도 관련 조사를 진행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의 결론을 따르는 차원에서 종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