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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공화당 주도 '텍사스 선거구 조정' 제동…"인종차별"

중앙일보

2025.11.18 13:01 2025.11.1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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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의회 의사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선거구 재조정 논란이 텍사스에서 법원의 시행 중단 명령으로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여러 주에서 하원 의석 확대를 위한 선거구 재편이 추진되는 가운데, 연방법원은 텍사스주의 새 연방 하원 지도를 “인종적 조작의 정황이 뚜렷하다”며 처음으로 효력을 중단시켰다.

18일(현지시간) AP·CNN에 따르면 텍사스 연방 법원은 흑인·히스패닉 유권자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공화당 주의회가 올해 통과시킨 새 선거구를 내년 선거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3인 판사 패널은 2대 1로 다수 의견을 냈으며, 판결문에서 “정치적 목적을 넘어 인종적 기준이 선거구 조정에 사용된 상당한 증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텍사스가 2021년 선거에서 사용했던 기존 선거구 지도를 다시 적용하도록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주지사들과 주의회 지도부에 ‘하원 다수당 사수’를 목표로 선거구 재편을 압박해온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텍사스 공화당은 당초 새 선거구를 통해 연방 하원 의석 5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주의회 민주당 의원 일부는 표결을 거부하며 저지 시도를 이어갔다.

선거구 조정 논란은 텍사스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디애나주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 지도부가 내부 반대에 부딪혀 선거구 재조정 표결을 사실상 중단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비판에 나섰다.

그는 17일 트루스소셜에 “하원 의석 재조정을 거부하는 인디애나 공화당 의원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민주당은 어디서나 의석을 훔치려 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반대파 의원들을 ‘RINO’(Republican In Name Only·명목뿐인 공화당원)라고 비난하며 압박해 왔다.

동시에 민주당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는 공화당 지역구 5곳을 재편하는 선거구 조정안을 주민투표에 부쳐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내년 선거부터 민주당 의석이 5석 늘고 공화당 의석이 5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 텍사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공화당 의석을 확대하는 조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캘리포니아가 ‘맞불 전략’을 시행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13일 캘리포니아 선거구 조정안에 대해 “라틴계 인구 분포를 과도하게 고려해 인종적 기준을 적용했다”며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뻔뻔한 권력 장악 시도”라며 개빈 뉴섬 주지사를 정면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공화당 행정부와 민주당 주지사 간 대선 전초전 성격의 법적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게리맨더링 공방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전국적 당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공화당이 우세한 텍사스·미주리·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에서 이미 조정 작업이 마무리된 반면, 민주당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버지니아·메릴랜드 등 우세지역에서 선거구 재편을 추진 중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자제론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 움직임도 나타난다.

향후 법적 공방은 연방 대법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행 연방법상 선거구 재편 소송에 대한 항소는 즉시 대법원이 맡게 된다. 대법원은 2019년 판례에서 당파적 선거구 조작(gerrymandering)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지만, 이번 텍사스 판결은 ‘인종 기반 조정’ 여부가 쟁점이어서 별도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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