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한국인 여성을 살해한 중국 국적의 60대 남성 김모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재판장 이정희)는 19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62)씨에게 징역 20년과 보호관찰 명령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에서 김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10년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5년의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이 되지 않는 중대 범죄이고, 범행의 경위·내용에 비춰보면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을 계획했다곤 볼 수 없고, 비교적 고령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7월 31일 오전 3시17분쯤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마사지 업소를 개조한 주거지에서 함께 살던 50대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월부터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하며 자주 다투다가 갈등이 심화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중국에서 귀화한 한국인이다.
김씨는 체포된 후 경찰 조사에서 “이별 통보를 하자, 피해자가 먼저 공격해왔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다발성 자상에 따른 과다출혈로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사망했다”며 “범행 사용 도구나 피해 신체 부위, 공격 횟수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과거에도 김씨를 2차례 신고했었다고 한다. 사건 5일 전에는 “가해자가 괴롭힌다”는 취지로, 2023년 6월에는 “김씨 때문에 넘어져 뼈가 부러졌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조사 결과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고, 김씨는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과거 피해자를 폭행해 6주간 치료해야 하는 피해를 준 전력이 있음에도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보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죽음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 처벌을 면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김씨의 사례를 비롯해 스토킹 등 관계 범죄가 살인 등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살인사건 388건 중 70건이 관계성 범죄 사건(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이었다. 이 중 김씨처럼 피의자가 경찰에 신고당했거나 수사받은 이력이 있었던 사건이 30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신고가 들어오면 가해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착용 등의 잠정 조치나 유치·구속 등을 적극적으로 신청해 격리하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에 기동순찰대 등을 집중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접근금지 위반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해 경찰에 통지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나선다. 이외에도 스토킹 위험성 평가 도구를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 반영하는 제도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