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응급실 뺑뺑이 비극 반복되는데…응급의사들 ‘방지법’ 반대, 왜

중앙일보

2025.11.18 21:45 2025.11.18 23:4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19구급차. 연합뉴스
부산 도심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을 포함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두고 응급의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실 전원 지연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등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일부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발표했다.

응급의학회는 "개정안처럼 119구급대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 병원을 직권으로 결정하면, 일부 응급의료기관 앞에 구급차가 줄지어 서는 새로운 기형적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급차가 병원 앞에서 대기하거나 재이송 업무까지 맡게 되면, 정작 관내에서 다른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출동 인력이 부족해 ‘구급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의 개정안은 중앙·권역응급의료상황센터와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 이송에 협력하고, 이송 결정 권한을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이송 병원 선정은 전문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의료 행위"라며 "119구급대원에게 해당 권한을 맡길 경우 환자 안전이 위협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119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뺑뺑이' 해결을 위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응급의학회는 급성심근경색 사례를 들며, "이 환자들은 가까운 병원이 아니라 관상동맥 중재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바로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 치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겉으로는 신속해 보이지만, 가까운 병원으로 먼저 데려간 뒤 다시 전원하는 방식은 오히려 환자 생명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역시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 수용 여부는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인데, 행정 편의적 이유로 이를 일괄 강제하려 한다"며 "결과적으로 응급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복귀로 의정 갈등이 완화됐음에도 ‘뺑뺑이’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부산에서는 경련 증세를 보이던 한 고등학생이 1시간가량 병원을 찾지 못한 끝에 사망했다. 발견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부산 내 대형병원 4곳은 소아신경과 배후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소방 당국이 초기 판단을 경련으로만 본 점을 문제 삼는 동시에, 고등학생에게 소아진료 기준을 적용해 수용을 거부한 병원 측 대응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