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유틸리티 요금을 미납하는 가구가 증가하는 현상은 가계 경제 사정 악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A 다운타운 투베드 콘도 소유주인 김모(40) 씨는 최근 LA수도전력국(DWP)에 9~10월 고지서 요금 350달러 가운데 일부(200달러)만 납부했다.
김씨는 “DWP는 공과금 중 일부만 낼 경우 추가 연체료를 부과하지는 않는다”며 “유틸리티 비용이 계속 올라 한 번에 다 내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서 내고 있다”고 말했다.
ABC뉴스는 김씨처럼 전국에서 유틸리티 요금을 차일피일 미루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특히 UC 계열 대학이 발표하는 소비자신용패널(UCCCP) 통계에 따르면, 전국 600만 가구의 유틸리티 연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의 추심 위기에 놓여 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유틸리티 요금 미납 현상은 계속되는 요금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지난해 LADWP는 운영비용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평균 6% 인상했다. 같은 해 사설 유틸리티 업체인 남가주에디슨(SCE)·샌디에이고가스&전기(SDGE)·PG&E도 전기요금을 평균 10.5% 인상했다.〈본지 2월 6일자 A-4면〉
유틸리티 요금 인상 시도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SCE는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에 지난 2017~2018년 산불 피해 배상액을 충당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승인을 요청했다. 지난 1월 LA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천문학적 배상액이 예상되면서 유틸리티 요금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비영리 연구기관 센추리재단은 지난 4~6월 전국 유틸리티 요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12% 올랐다고 전했다.
유틸리티 요금 인상은 미납 가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센추리재단에 따르면 지난 4~6월 기간 유틸리티 요금 미납 가구는 전년 대비 9.7% 증가했고, 가구당 연체요금은 평균 789달러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6개월 동안 추심 위기에 놓인 유틸리티 요금 미납 가구도 3.8% 증가했다. 이에 대해 센추리재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어 비용 상승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틸리티 요금 미납 가구 증가 현상을 가계 경제 사정 악화의 지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센추리재단 줄리 모건 회장은 “가계에서 우선순위인 모기지 상환, 자동차 할부금, 유틸리티 요금 미납이 동시에 늘었다”며 “이는 경제 사정이 나빠져 다른 비용마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