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비용·지수 상한·내부 차감·대출 이자율 등 안정적이지만 상황따라 가변적 요소 고려 필수 추가 수익 기제 활용은 비용 가중, 선택 신중해야
지수형 생명보험(IUL)은 ‘세금 없는 은퇴 준비’나 ‘시장 하락 걱정 없는 복리’ 같은 문구와 함께 꾸준히 대중화되고 있다. 생명보험이 주는 보장과 저축 기능을 한 그릇에 담아, 고소득층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새로운 축적 수단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론적으로 IUL은 사망보장을 기본으로 하면서 일정 금액을 시장 지수에 연동시켜 적립금이 자랄 기회를 제공한다. 시장이 오르면 정해진 상한(cap)까지 반영하고, 떨어질 때는 원금이 직접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돼 ‘상승은 취하고 하락은 막는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설명이 IUL의 전부는 아니다. 보험과 저축이 결합된 만큼 구조가 복합적이고, 결과는 몇 가지 가정(assumptions)에 의존한다. 보험비용, 지수 상한, 내부 차감, 대출 이자율처럼 시간이 흐르며 달라질 수 있는 요소들이 계약의 성과를 좌우한다.
IUL을 예금처럼 ‘넣어두면 알아서 크는’ 상품으로 생각하면 실망하기 쉽다. 반대로 이 구조를 이해하고 계획적으로 관리한다면, IUL은 포트폴리오의 세후 효율을 높여주는 탄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완납 후 자동 유지’의 오해
상담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몇 년만 납입하면 이후에는 자동으로 유지됩니다.” 깔끔하고 매력적인 문장이지만, 현실의 IUL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수 성과가 들쭉날쭉하고, 연령이 오를수록 보험비용이 늘며, 내부 비용과 정책 대출 이자율도 시장 환경에 따라 변한다. 이 요소들이 겹치면 ‘완납 이후 자동 유지’라는 기대는 쉽게 흔들린다.
이 점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핵심은 ‘자동’이 아니라 ‘관리’다. IUL은 장기 계약이다. 적립금 흐름과 비용 구조를 주기적으로 살피고, 필요하면 납입을 보완하거나 출금 계획을 조정하는 식의 관리가 들어가면, 계약은 훨씬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즉, IUL을 잘 쓰는 방법은 단기간의 완납을 목표로 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숨 고르기가 가능한 ‘유지 가능한 구조’를 맞추는 데 있다.
▶‘비과세 은퇴소득’의 조건
IUL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과세 인출 구조다. 다만 용어가 종종 본질을 가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과세 인출’은 적립금을 그냥 꺼내 쓰는 것이 아니라, 계약 안에서 대출(policy loan) 형태로 이루어진다. 장점은 분명하다. 일정 한도 내에서 세금 부담 없이 현금을 쓸 수 있고, 상환은 사망보험금에서 정산된다.
그렇다면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대출의 속도가 적립금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면 문제가 생긴다. 지수 상한이 낮아지는 시기나 대출 이자율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대출 잔액이 생각보다 빨리 불어날 수 있다.
이때는 출금 속도를 늦추거나, 일시적으로 납입을 보완하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 비과세의 장점은 유지하되, ‘얼마까지, 어떤 속도로, 어떤 시장 환경에서’가 핵심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비과세 여부보다 지속 가능성이 먼저다
▶‘숨은 비용’ 먼저 보기
요즘 IUL에는 수익을 키워주는 다양한 기능(멀티플라이어, 보너스, 퍼포먼스 팩터 등)이 붙는다. 성과가 좋을 때는 만족도가 크지만, 이런 장치에는 대개 추가 비용이 따라온다. 예상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IUL의 장기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중 하나가 지수 상한, 즉 Cap Rate이다. 많은 예시가 ‘현재의 cap’을 기준으로 그려지지만, 환경이 바뀌면 cap도 바뀐다. 이를 너무 기술적으로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대신 이렇게만 정리하자. 지금의 cap이 영원히 유지된다고 간주하지 말자. 그리고 설계 단계에서 한두 단계 낮은 cap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함께 살펴보자. 만약 보수적인 가정에서도 계약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시장이 다소 흔들려도 계획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상품’이 아니라 ‘전략’
IUL을 펀드, 예금, Roth IRA 같은 개별 상품과 일대일로 비교하면 늘 답이 엇갈린다. IUL의 가치는 단일 수익률로 재단되기 어렵다. 더 적합한 접근은 세후 기준의 포트폴리오 전략 안에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세전 자금(401(k), 전통 IRA), 세후 자금(과세 계좌, Roth), 그리고 비과세 영역(IUL) 사이의 과세 타이밍과 과세 방식 분산이 만들어내는 유연성이 은퇴 이후의 현금흐름을 안정시킨다.
IUL의 성패는 설계에서 시작해 운영에서 완성된다. 우선 목표를 명확히 하자. 순수 보장이 주목적인지, 장기 저축이 주목적인지에 따라 구조가 달라진다. 저축 중심이라면 불필요하게 큰 사망보장은 피하고, 비용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보장 중심이면, 보장의 안전성과 유지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
둘째, 가정은 보수적으로, 소통은 정기적으로 가자. 현실보다 낙관적인 예시는 보기 좋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cap이 한두 단계 낮아도,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쳐도 유지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자. 그런 다음 연 1회 이상 계약을 리뷰해 적립금 흐름, 비용 변화, 출금 속도를 점검하면 된다. 작은 조정이 계약의 수명을 크게 늘린다.
셋째, 출금(대출) 전략은 탄력적으로 가져가자. 시장이 좋지 않을 땐 속도를 늦추거나, 잠시 납입을 보완하는 식으로 리듬을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비과세의 장점은 지키면서 ‘오늘의 편의’가 ‘내일의 부담’으로 바뀌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감각이 필요하다.
▶‘설계와 관리’가 중요
IUL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같은 상품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을 전제하고 화려한 기능을 얹어 만든 설계는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길게 보면 유지가 까다롭다. 반대로 보수적 가정과 투명한 비용, 정기적인 점검에 기반한 설계는 초반의 기대를 낮추는 대신 끝에서 신뢰를 준다.
IUL은 마법이 아니다. 그러나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을 때, 그리고 현실적인 가정과 꾸준한 관리가 뒷받침될 때, 세후 기준의 포트폴리오를 안정시키는 든든한 기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