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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아버지, 유방암 어머니 간호한 효녀…'효행대상' 받는다

중앙일보

2025.11.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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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가천효행상 대상 수상자로 가천대 4학년 이지원(왼쪽)씨와 한성대 3학년 김재우(오른쪽)씨가 선정됐다. 사진 가천문화재단

아버지는 파킨슨병, 어머니는 유방암. 아직 돌봄을 받아야 할 학생이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지만, 이지원(23)씨는 묵묵히 부모님 간병을 도맡았다. 그런 효행을 인정받아 올해 가천효행상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가천문화재단은 19일 이씨 등 총 18명을 가천효행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가천효행상은 사라져가는 ‘효(孝)’ 문화를 보전하려는 취지로 1999년 제정됐다. 올해 27회까지 총 348명의 효녀·효자를 발굴해 효심을 격려했다.

올해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지원(가천대 4학년)씨는 부모가 각각 큰 병환을 앓는 상황 속에서도 정성을 다해 간호를 해오고 있다. 이씨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건강했던 아버지가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으로 움직임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씨는 거동이 불편해진 아버지의 머리를 감기고 배변을 처리하는 등 3년간 대부분의 간호·간병을 직접 챙겼다. 이후 잦은 쓰러짐으로 인한 안전 문제로 불가피하게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지만, 이씨는 여전히 아버지를 자주 찾아 간호하며 회복을 돕고 있다.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고, 약을 챙겨드리는 일도 이씨의 몫이다. 이렇게 부모님 곁을 든든히 지키는 그의 꿈은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지켜주는 공중보건정책 연구원이다. 이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이씨와 함께 대상을 받은 김재우(24·한성대)씨는 간암으로 생명이 꺼져가던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60%를 떼어드렸다. 김씨가 태어난 2001년 아버지는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점차 병세가 악화해 암으로까지 이어졌고, 간 이식이 필요하게 됐다. 김씨는 혹여 혼자 남게 될 어머니를 떠올리니 마음이 아파 이식을 결심했다. 지난해 2월 이식 수술 후 아버지는 직장을 다시 다닐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김씨 본인은 원인 모를 후유증이 생겼다. 폐에 배액관을 삽입한 채 치료를 받아야 했고, 반복되는 쇼크 증세로 장기간 입원 생활을 해야 했다. 현재도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다. 몸에는 큰 흉터까지 남았지만, 김씨는 “수술을 계기로 가족이 더욱 단단해진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하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회복해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을 지켜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이제는 김씨도 웹 개발자라는 꿈을 향해 성실히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27회 가천효행대상 수상자.

이외 가천효행상 본상 수상자로는 김지후(15·석동중)군, 이한웅(18·부산관광고)군, 전지효(11·서울세명초)양, 최서연(21·충남대)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박유니티(12·남북사랑학교)군, 송영광(15·지구촌고)군, 심성현(17·경민IT고)군, 박지예(21·경인교대)씨, 정해원(17·부산문화여고)양은 특별상을 수상한다.

다문화효부상 부문 대상은 필리핀 출생 윤지수(35)씨가 받는다. 윤씨는 거동이 불편했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15년 동안 정성으로 돌봤고, 현재는 치매가 있는 시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본상은 중국 출생 배주현(41)씨, 베트남 출생 정은경(41)씨가 받게 됐다.

다문화가정을 돕는 단체에 수여되는 다문화도우미상 대상은 꿈쟁이지역아동센터(인천), 특별상은 글로벌미션센터(경기 안산)가 각각 받는다. 효행교육상 부문 대상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충남 천안), 특별상은 안미림 교사(신명여고)가 수상한다.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장학금(상금) 1000만원, 본상과 특별상 수상자에겐 각각 500만원, 300만원이 수여된다. 가천효행상과 다문화효부상 수상자들엔 100만원 상당의 무료 종합건강검진권 2장과 가천대길병원 입원진료비 평생 감액 혜택도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인천 연수구 소재 가천교육관 ‘가천재’에서 열린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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