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 대상자를 치료한 것처럼 꾸며 수억원대 실손(실비)보험금을 허위로 청구·수령한 병원 관계자와 의사, 허위 환자 등 500여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병원에 실제 납부한 의료비를 보장해 주지만, 건강검진은 대상이 아니다.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수백명의 건강검진 대상자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로 꾸며 보험금을 타낸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A씨(구속)를 비롯한 B병원 관계자 7명과 의사 5명, 허위환자 490여명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초부터 16개월간 실손보험금 청구가 불가한 건강검진을 질병 치료 목적의 검진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병원 측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내원객에게 “건강검진도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라는 취지로 보험금 청구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들은 지인이나 친인척 등을 통해 “건강검진을 잘해주는 병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B병원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B병원에서 건강검진 및 입원·진료를 받은 뒤 보험사에 100만~2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정당한 의료행위였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B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환자들의 건강검진 및 진료기록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의 공조를 통해 허위로 청구된 보험금 규모와 환수 대상 금액 등을 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B병원 측이 허위로 환자를 진료한 후 정부로부터 받은 요양급여비 규모 등도 조사 중이다. 요양급여비는 환자가 아닌,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서 받는 돈이다. 경찰은 환자들이 허위로 청구한 보험금과 B병원 측이 받은 요양급여비 등을 합치면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잉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령 환자 등은 자신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건강검진은 실손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이 서류 조작만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총 1조150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 관련 사기가 42.2%(4853억원)를 차지했으며, 적발 인원은 3만8203명에 달한다.
이기홍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험사기는 적발된 후로도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추가 범행을 하는 사례가 있어 보험사와 수사기관·병원 등이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금감원 등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정보를 관리·공유함으로써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