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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수가 문제 삼은 수능 국어 '17번 칸트'…“AI 시대 적합한 문제 아냐”

중앙일보

2025.11.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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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17번 문항. 평가원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에 관한 지문이 제시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17번 문항에 대해 철학과 교수가 "정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원가에선 어느정도 문제의 소지는 있을 수 있지만, 출제 오류 판단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충형 포스텍 철학과 교수는 19일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해 풀어 보았는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이해황 독해 강사를 통해 유튜브와 수험생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EBS 및 여러 입시업체들이 이번 국어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은 국어 17번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과 반박하는 ‘을’의 주장을 제시한 뒤, 이를 이해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선지를 골라야 한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③번(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문과 보기의 내용만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다”면서 3번이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개체 a와 b 그리고 속성 C에 대해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풀이는 실제로는 잘못된 풀이”라면서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한 개념이 사용된 상황이어서 이런 논증이 간단하게 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속성이라는 개념 자체도 고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해당 문항은 보기와 선지에 제시된 문구의 피상적 유사성만 찾아 답을 찾는 문제인데, 이런 문제는 인공지능(AI) 시대 교육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 교수는 해당 문항에 나온 인격 동일성 개념과 연관된 ‘수적 동일성’ 개념을 활용한 수정란과 초기 배아 지위 관련 논문으로 '철학자 연감'(The Philosopher's Annual)이 선정하는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입시업계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답을 고를 수는 있지만 철학적 개념을 활용해 해석하면 추후 문제가 될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도성 종로학원 국어 강사는 “어느 정도 일리있는 주장”이라면서도 “다만 수능에서 출제 오류 여부를 판단하려면 지문에 나와있는 논리로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지문만 보면 나머지 선지를 제거할 수 있어 문항 오류로까지 볼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국어 17번에 대한 이의 제기를 포함, 총 675건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평가원은 과목별·문항별 분류 절차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보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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