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재판이 19일 처음으로 중계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이날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공판기일을 열고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재판 중계 신청을 허용했다.
지난 9월 27일 1차 공판에서 김 여사가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공개된 바 있으나, 이는 언론사의 촬영 신청을 재판부가 허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내란 특검과 달리 김건희 특검팀은 지금까지 재판 중계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팀은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19일 서증조사와 12월 3일 예상되는 피고인 신문 절차에 국한해 법원에 재판 중계방송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진술서·녹취록 등 수사기록이 공개되는 ‘서증조사’ 절차 이전에 한정해 재판 중계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서증에 산재하는 제3자의 개인정보 (생년월일,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 계좌번호 등)의 공개에서 비롯될 수 있는 회복될 수 없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 서증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반론권이 즉시적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재판을 일부만 중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여사는 이날 검은색 코트와 검정 정장 바지, 검은색 단화를 신고 법정에 나왔다. 흰색 마스크와 검정 테두리 안경을 쓴 채였다. 서증조사가 진행되면서 김 여사 입정 약 2분 뒤 재판 중계는 중단됐다. 김 여사는 서증조사 동안 고개를 푹 숙이거나 책상에 엎드린 채 검찰 측 설명을 들었다.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 변호인에게 보여주거나 변호인과 귓속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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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총재님께 비밀리에 인사드리겠다" 녹음 재생
이날 법정에서는 김 여사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주고받은 통화 녹음 파일이 재생됐다. 윤 전 본부장이 “저희가 교회만이 아니라 이렇게 학교나 전체 대한민국, 조직과 기업체까지 동원해서 한 건 처음”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가 “총재님께 인사드려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비공개로 비밀리에 인사드리겠다”고 화답하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치 브로커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재판에서도 재생된 적 있는 녹음이다. 김 여사는 책상 위에 엎드린 채 녹음 파일을 들었다.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2022년 7월 24일 “여사님께 지난번과는 다른 아주 고가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나”라고 보낸 메시지도 공개됐다. 특검 측은 이에 대해 “(그라프) 목걸이 전달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지난 5일 입장을 바꿔 전씨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받아 샤넬 가방 3개와 구두 한 켤레로 바꾼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이날 오후 3시쯤부터 김 여사는 건강 이상을 호소해 김 여사는 들것에 누워 몸을 기댄 채 재판을 받았다. 김 여사 측은 “피고인이 오늘 출정할 때도 어지러워서 몇 번 넘어졌다고 한다”며 “지금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돌려보내면 어떻겠나”라고 했다. 재판부는 퇴정 대신 피고인이 누워서 재판을 들을 수 있는 설비가 있는지 확인한 뒤, 침대형 휠체어를 법정으로 들고 와 앉아서 재판을 받도록 했다. 김 여사는 몸을 반쯤 기댄 채 남은 서증조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