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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역할 변화 불가피.. 中대응 등 한계 능동적으로 설정해야"[2025 중앙포럼]

중앙일보

2025.11.19 00:25 2025.11.19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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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약 20년 전부터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선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서 불거진 것 뿐입니다. "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한반도안보연구실장(정치학 박사)은 19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중앙포럼 ‘격변의 시대, 한국 외교의 좌표는’ 세션에서 전 실장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범위와 수위 등 우리의 한계를 능동적으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동맹의 현대화', 대중 재래식 억제도 상정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동맹 현대화의 방향과 주한미군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는 ‘한·미 동맹 현대화의 방향과 주한미군의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주한미군의 변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구도 변화 등 거대한 흐름 속의 한 지류”라고 말했다.

전 실장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감축 혹은 역할 변경 논의는 미 측이 2000년대 초반부터 검토해온 사안이나, 최근 들어선 중국의 부상과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쇠퇴로 특히 두드러진 것 뿐이다. 특히 미 본토 위협에 대한 대비 필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대비 태세를 조정하기 시작했고, 이는 동맹국들의 안보 분담 요구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실장은 “지난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르면 동맹의 현대화 논의는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과 한국 국방비·방위비 분담금 증액,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사이버·우주·인공지능(AI) 관련 협력 등 동맹의 군사적 능력의 전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면서 “요는 미국은 확장 억제를 한국에 제공하고 한·미 양국의 재래식 억제를 강화하되, 이는 북한 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에 대한 대응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동쪽이 위인 지도”를 통한 “일본, 필리핀을 포함한 연대”(지난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 기고문) 언급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미 육군, 태평양서 병력 수 줄이고 능력 보강 중"

올해 8월 27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제7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제11공병대대 등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이를 미국의 자체적인 대비 태세 재조정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공군 작전은 강화하고 육군은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실제 미 육군은 2029년 회계연도까지 총 정원을 5% 줄여 현재의 49만 4000명에서 47만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전 실장은 “미 육군의 전체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육군 전력 위주인 주한미군도 숫자를 줄일 수 있는데, 대신 능력은 강화하는 방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 육군의 최신 화력 부대인 다영역기동부대(MDTF)와 연동된 ‘간접화력방어능력’(IFPC) 발사대의 한반도 배치를 비롯해 미 육군의 최신 정찰기 아테나-R과 공군의 첨단 무인기 MQ-9A 리퍼의 순환 배치, F-35 스텔스기 증강 계획 등도 이런 추세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각의 주한미군 철수 혹은 대규모 감축설은 미국 내에서 주류 의견은 아니고, 제한적 감축 혹은 제한적 증원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이는 이전과는 달리 중국 등을 견제할 수 있는 능력과 역할을 부여한다는 전제”라는 설명이다.




“숫자 연연보다 어떤 능력 갖추느냐가 중요”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동맹 현대화의 방향과 주한미군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기회는 이런 변화 속에 있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 실장은 “우리도 미국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지점을 미 측에 주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주한미군이 어떤 능력을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해 우리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접근”이라면서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 적용과 관련해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주한미군의 병력 수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능력도 유지 ▶병력 수는 유지하되 능력 약화 ▶병력 수는 줄이더라도 능력 강화 등이다. 동시에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는 대중 견제 측면에서 ▶북한의 위협에만 대응 ▶한반도 주변의 중국 위협까지 대응 ▶대만해협 등 한반도 주변을 넘어선 중국 위협까지 대응 등으로 나눴다. 이 중 어떤 시나리오까지 한국이 감내할 수 있는지 자체 임계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 실장은 “예를 들어 서해에서 중국의 구조물 설치나 해저 케이블 절단 사건과 같은 지역 분쟁에서 한국이 이해 관계가 없다고 볼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위협에 대해 정면 승부를 할 것인지,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사태 이후로 중국의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처 능력이 나아졌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사태 장기전 될 것, 한국 지원 방안 찾아야”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을 넘어 한국군의 군사적 개입까지 미국이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전 실장은 “현재까지는 미국도 한국에 구체적인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실제 대만 해협에서 미·중 간 분쟁 혹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소모전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 때는 미국이 한국에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실장은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직접 무기 제공이나 간접적인 재정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했던 것과 같이 한반도의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전제에서 우리의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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