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반대하는 취지로 재고를 요청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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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무위원들, 전반적으로 계엄 재고 요청”
윤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내란 방조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된 한 전 총리가 뭐라고 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한 총리가 재고를 요청한 적 있다. 반대하는 취지로 ‘다시 생각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국무위원들 역시 반대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시장에 대한 여파는 어떻게 됩니까”라고 말했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우방국이나 동맹국에 어떻게 대처할 것입니까”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국무위원들이) 전반적으로 계엄 선포를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의정관실을 통해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비서실장에게 시켜 일부 국무위원들만 호출한 점에 대해선 “보안도 중요한 사항이었다”고 답했다. “사전에 계엄 선포 사실이 알려지면 괜히 국민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고, 최소한의 병력을 질서 유지에 투입하려던 계획과 달리 병력 규모가 늘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과 단수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계엄 선포 이후에 방에 있을 때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여론조사 꽃과 민주당 당사, 무슨 언론사에도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하길래, 제가 ‘거기는 민간 기관이니 안 된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다른 질문들에 대해선 대체로 증언을 거부했다. “제 사건과 관련이 돼 있어서 증언을 거부하겠다” “제 진술은 탄핵 심판 공판조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제가 받는 사건의 공판조서에 다 담겨 있어 그걸 참고하면 된다”는 식의 대답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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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불출석→출석”…42분 만에 번복
애초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출석 자체를 안 하려 했었다. 지난 12일에도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불출석하면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고 구인영장이 발부된 상태였음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 2시 14분까지도 “금일 출석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공지했었다.
하지만 42분 후인 오후 2시 56분 다시 공지를 통해 “금일 오후 4시 김홍일 변호사 동석 하에 증인으로 법정에 출정할 예정”이라며 입장을 바꾼 후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신뢰관계자 자격으로 윤 전 대통령과 동석하려했으나, 재판부가 “신뢰관계자 동석은 범죄 피해자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불허, 방청석에서 조력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