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일 ‘격변의 시대, 한국 외교의 좌표는’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2025년 중앙포럼 1세션에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상쇄(trade-off)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한·중관계 좌표 설정’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 교수는 “한·미 동맹의 강화가 한·중 관계의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반중 정서가 강한 상황에서는 한·미 관계가 안정돼야 한·중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며 “중국 측에 지속해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고위급에서의 정례 소통 채널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2016년 한·미 군 당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뒤 양국 간 경색 국면이 이어져 온 것에서 현 정부의 문제의식이 출발한다”며 “국익 중심 실용 외교란 현 정부의 대외 정책이 ‘한·중 간 유화적인 우호 관계 복원’이란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정상회담은 경제 통상 부문에서도 여러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추진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 비핵화와 남북 대화 재개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했는데 중국은 소극적인 상황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한·중 관계에서 서해 구조물 설치, 주한 미군 전략적 자율성,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 미·중 갈등에 직접 연루되는 걸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의 현대화 등이 중국에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면서다. 이 교수는 “정부가 한·중 관계를 풀려고 하지만 반중 정서가 상당한 현실에서 정치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한·중 관계가 경색된 국면이 지속되면 안보와 경제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게 없다”며 “전략적 협력 동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양자 관계가 국제 분쟁에 연루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양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공동의 이익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이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가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며 “중국에 분명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국의 대미 제재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설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