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법개정안을 논의하는 조세소위가 본격 가동됐다. 법인세·상속세·배당 분리과세 등 주요 세제를 둘러싼 여·야·정 간 줄다리기도 시작됐다. 정부안에 대해 여야 간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일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인세는 중소기업 부담을 고려해 하위 과표 구간 인상은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양당에서 모두 제기되고 있다. 배우자공제의 경우 ‘부자 감세’ 논란이 있지만, ‘동거주택’에 대한 공제 도입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법인세를 4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소득 기준, 공제 감안) 구간 모두에서 1%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제출했지만, 여야 모두에서 이견이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 18일 조세소위에서 국민의힘이 중소기업 부담을 이유로 하위 과표 구간인 2억원 이하(9%)와 2억~200억원(19%) 구간의 세율을 현행대로 동결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박수영 조세소위 위원장은 이날 “각 과표 구간을 1%포인트씩 인상했을 때의 세입 효과를 정부가 다시 계산해 제출하기로 했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이 포함된 하위 구간은 세입 증가가 크지 않다면 인상을 제외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안도걸·정일영 의원 등 여당 일부 의원들도 하위 구간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대기업 구간만 인상’이 검토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안은 세제를 정상화하고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하위 과표 구간의 세율을 낮출 경우 세수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안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법인세 개편으로 세수가 총 4조5815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중 하위 2개 구간의 부담분이 약 2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위 과표 구간의 세율을 올리지 못할 경우 세입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세소위를 통해 상속세 완화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상속세 개편은 당초 정부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이 상속공제 확대 검토를 지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남은 가족이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상속세 공제 확대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상속세 완화는 ‘부자 감세’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조세소위에 참여 중인 한 여당 의원은 “대통령이 배우자공제와 일괄공제 상향을 직접 언급한 만큼 그 취지는 어느 정도 반영될 필요가 있지만, 모든 상속 재산에 동일하게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의원들 간 의견차가 크다”며 “다만 동거주택에 대해서는 배우자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언급했다. 현재 1가구 1주택에 한해 자녀가 10년 이상 부모와 함께 거주하다 상속받으면 최대 6억 원을 추가 공제받을 수 있는데, 이를 배우자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조세소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배당 분리과세’다.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로, 대주주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낮춰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최고세율을 기존 정부안인 35%보다 낮추는 방향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는 25%까지 인하할지는 여전히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25%라는 구체적 수치를 공식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으며, 기재위 내부에서도 아직 의견이 완전히 모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혜택을 받을 것인가’도 남은 쟁점이다. 정부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을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배당을 5% 이상 늘린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며, 배당성향 기준을 35%로 낮추고 ‘직전 3년 대비 5% 증가’ 요건을 삭제하는 등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최고세율과 달리 대상만큼은 정부가 쉽게 양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배당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제조업 등 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이 주문한 국내 주식 장기 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추진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장기 투자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장기 증권저축 세액공제, 장기 주식형 저축, 장기 집합투자증권 저축 같은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올해 안에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내년 초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주던 과거 제도들을 검토해 재도입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