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UAE 경제계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첨단산업·방산 및 에너지·문화 등 전략 분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19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 개회사를 통해 “UAE와 AI·반도체·실용화 기술의 강국인 한국은 최적의 동반자”라며 “함께 세계적인 AI 혁신 허브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는 아랍 속담처럼 양국은 불모지에서 기적을 만든 공통의 경험이 있다”며 “협력을 통해 공동 번영의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BRT는 ‘미래 파트너십: 혁신, 지속가능, 공동번영’을 주제로 한경협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UAE 대외무역부, 아부다비상의가 공동 개최했다. 양국 정부·기업인 약 50여 명이 참석해 협력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첨단산업 분야는 이번 논의의 핵심이었다. 삼성·현대차·LG전자·SK·네이버 등은 UAE와 함께 ‘AI 중심 미래 혁신 허브’를 만들기 위한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최대 1000억 달러(약 147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실무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AI 데이터센터 건립 등 첨단산업 협력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한국은 UAE가 2031년 ‘인공지능 허브’로 도약하는 데 있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방산·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GS에너지는 청정수소·저탄소 암모니아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협력 전략을 제시했고, 한국전력은 ‘한국형 원전 수출 1호’인 UAE 바라카 원전을 기반으로 차세대 전력 분야 협력을 확대하자는 의지를 밝혔다. 문화 협력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UAE 내 한국 콘텐츠·음식·뷰티 분야 인기가 높아지면서 양국 협력 품목이 다변화하고 있어서다. ‘K-콘텐츠’의 대표주자인 CJ와 삼양식품도 UAE 내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재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밝힌 ‘100년 동행’ 구상에 기업 간 경제 협력이 더해져, 양국의 실질적 연결 고리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 UAE는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의 대(對)UAE 수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43억1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BRT에 앞서 한국과 UAE는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등 7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경제권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투자 파트너십’이 전략적으로 확대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이날 행사 직전 국내 취재진과 만나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대미 수출 시 부과되는 자동차·부품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게 된 데 대해 “내년 미국 시장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 양국이 체결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한 법안이 이달 국회에 제출되면 15% 관세가 이달 1일자로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11월 1일로 소급 적용돼 다행”이라며 “한 달이라도 빨리 15% 관세가 적용되는 게 우리에게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