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집권 중도좌파 지방선거 참패…122년만에 코펜하겐 내줘
선거구 98곳 중 26곳 승리 그쳐…프레데릭센 총리 "예상보다 큰 패배"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덴마크 집권당이 100여년 만에 수도 코펜하겐 시장 자리를 내주는 등 지방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AFP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사민당)은 전날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득표율 23.2%로 총 98개 지자체 가운데 26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득표율은 4년 전 선거의 28.4%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빠졌고 지자체장 당선자 수는 44명에서 반절 가까이로 줄어들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수도 코펜하겐 시장 선거에는 총리의 절친이자 교육부 장관, 주택부 장관 등을 역임한 페르닐레 로센크란츠-타일 전 장관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12.7%의 저조한 득표로 낙선했다.
코펜하겐 시장 선거에서는 진보 색채의 적록 연합정당이 22.1%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국민당(SF)이 17.9%로 뒤를 이었다. 코펜하겐 시장직은 SF의 시세 마리 벨링 대표가 SF 등 6개 정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해 맡게 됐다고 AFP는 전했다. 벨링 대표는 "우리는 새 역사를 썼다"며 환호했다.
이로써 122년 동안 코펜하겐 시정을 도맡아온 사민당은 사상 처음으로 코펜하겐에서 손을 떼게 됐다. 사민당은 1938년 현행 시장직이 생기기 이전부터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코펜하겐을 장악해왔다.
사민당은 코펜하겐 이외에도 프레데릭스하운, 코게 등 '아성'으로 여겨졌던 다른 도시에서도 밀리며 타격을 입었다.
2019년부터 총리를 맡고 있는 프레데릭센 총리는 "예상보다 더 큰 패배"라고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민당의 이번 참패는 급등한 집값과 치솟은 생활비 탓에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노동자층의 표를 잃은 데다 강경 이민 정책, 친환경 후퇴 등 프레데릭센 총리의 우향우 행보에 진보층까지 등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식료품값 상승, 도농 간 불균형 등과 함께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패배 원인으로 꼽으며 강경 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극우 덴마크인민당의 지지율은 지난 선거의 4.1%에서 5.9%로 소폭 상승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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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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