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유행이라는 얘기를 듣고 난 뒤라 그런지 주위에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유난히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지인들과의 단체 메시지 창에는 “감기 조심하세요” 등과 같은 문구가 자주 올라온다. 감기가 든 이에게는 안부 인사로 “감기 얼른 낳으세요”라는 글을 종종 건네기도 한다. 이 같은 문구를 볼 때마다 ‘감기’를 ‘낳으면’ 어떻게 될까, 기괴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한다.
우리말은 받침으로 쓸 수 있는 글자가 많아 사실 표기할 때 헷갈리는 낱말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처음 한글을 배우며 받아쓰기를 할 때 기상천외한 글자들을 보여주곤 한다. 그런데 ‘감기 얼른 낳으세요’라는 표현 역시 기상천외하긴 마찬가지다. ‘낳다’가 ‘배 속의 아이, 새끼, 알을 몸 밖으로 내놓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감기 얼른 낳으세요’라는 말은 ‘감기 얼른 출산하세요’라는 뜻이다. 감기를 출산하다니!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병이나 상처 등이 고쳐져 원래 상태로 돌아가다’는 의미를 지닌 낱말은 ‘낳다’가 아닌 ‘낫다’이다. ‘낫다’의 어간 ‘낫-’에 어미 ‘-으세요’가 붙을 때는 ‘ㅅ’이 탈락해 ‘나으세요’가 된다. 간혹 ‘낫으세요’라고 쓰는 이도 있으나 이 역시 바른 표현이 아니다.
감기를 낳아 감기의 어머니가 되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제 ‘감기 낳으세요’라는 표현은 더 이상 쓰지 말자. ‘감기 나으세요’라고 적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