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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子生三年然後 免於父母之懷(자생삼년연후 면어부모지회)

중앙일보

2025.11.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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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낮잠을 자다가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는 36세 어린 제자 재아가 “부모님 돌아가신 후, 3년 상(喪)을 치르다 보면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절도 음악도 다 중단되어 무너질 것입니다. 1년이면 족하지 않을까요? 1년이면 곡식도 새 곡식이 나오는데…”라며 3년 상의 불합리성을 토로했다. 이에, 공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예악를 갖춘다며 좋은 옷 입고 흥겨운 노래도 즐기는 것이 너는 편할 성싶으냐? 편하거든 그리하렴”이라고 꾸지람 섞어 말했다. 이어서, “자식은 태어난 지 3년은 지나야 부모의 품을 떠나 최소한의 독립적 생활을 한다. 재아는 그런 3년의 부모 사랑을 안 받았나 보구나…”라고 말했다.

免:면할 면, 懷:품 회. 자식은 태어난 지 3년 후에야 부모의 품을 면한다. 30x69㎝.
공자 당년의 농경사회에서는 공자의 논리가 맞고 재아가 혼 날만 하지만, 초고속 현대사회에서 3년 거상(居喪)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재아를 향한 공자의 꾸지람에 담긴 의미마저 홀시해서는 안 되리라. 3년 거상은 안 하더라도 추모하는 마음은 평생 안고 사는 게 사람의 도리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상을 치르는 일을 처리하기 까다로운 쓰레기를 치우는 일로 여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추모가 없는 세상은 살인이 정당화되는 세상에 다름 아니다. 이태원의 희생을 추모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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