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안은 ‘석탄의 수도’로 불린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61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9기가 이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정부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선언한 ‘탈석탄’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을 곳으로 지목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약속한 2040년이 되면 이곳의 석탄발전소 대부분은 문을 닫아야 한다.
지역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인구 소멸 가속화를 우려한다. 이미 탈석탄이 시작된 보령시의 사례만 봐도 그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 등을 이유로 2020년 보령화력 1·2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이듬해 보령시 인구는 9만8408명으로 줄면서 1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인구 감소율(-1.8%)은 이전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경제 지표도 흔들렸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4조1900억원에서 3조8520억원으로 8% 감소했고, 지역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업’은 무려 44%(4869억원)나 줄었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석탄발전소가 없어진 뒤 “공기만 좋아졌다”는 씁쓸한 말이 나온다.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앞둔 태안군 역시 별다른 산업이 없어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충남도는 석탄화력발전 폐지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탈석탄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석탄발전 지역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정당한 보상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야 비로소 ‘정의로운 전환’이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책에서 그 청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정의로운 전환에 2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지난해와 올해 편성된 예산은 목표의 60~70%에 머물렀다. 탈석탄 이후 지역의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전환 로드맵도 부재하다.
COP30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국제 환경단체 액션에이드(ActionAid)의 테레사 앤더슨 기후정의 책임자는 기후 재원에서 에너지 전환으로 타격받는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와 안전한 지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세계 7위 규모의 석탄발전 국가인 한국의 탈석탄은 정의로운가. 석탄의 종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다.